예멘 33

사막에 가다 (5)

현장에서 사나로 돌아오려면 마리브를 통과해야 한다. 마리브는 예전 시바왕국의 수도였던 곳으로 평지인 사막과 날카로운 산들과 다시 사구들을 통과하다가 보면 갑자기 녹색이 확 들어오는 오아시스 같은 도시다. 아름답고, 사람들도 활기에 넘친다. 문제는.... 여기가 예멘에서 손 꼽히게 위험한 곳이라서 외국인 납치가 대부분 이 근처에서 일어난다. 한 달전에 프랑스애들이 납치됬었다. 풀려났는지는.... 아직 얘기가 없다. "지난번 국방부 장관도 여기서 운명을 달리했죠" "왜여?" "하하 그게 헬기타고 여기로 오는데 밑에서 걍 기관총으로 갈겨서 떨어져버렸다니까요" "아아 -_-;;;;;" 덕분에 예멘내에서 이동을 하려면 수 많은 검문소들을 통과해야 하고, 각 검문소에 미리 발급받은 통행증을 제출해야 한다. 특히나 ..

사막에 가다 (4)

아침을 먹고 바로 간이 활주로로 정확히 말하자면 있었던 곳으로 갔다. 오늘은 사막에서 어떤 지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나는 최신 GPS장비와 디지타이징 된 지도로 무장을 단단히 하고 (이것도 내 일중에 하나다 -_-;;;) 길을 나섰다. 울 교수님이 늘 말씀하셨다 "넌 geologist야, 알간? 그러니까 지도하고 나침반이 있으면 절/대/로/ 길을 잃어버릴 수 없지!!!" 그/러/나/ 사막에는 사막의 법이란 것이 있다. 무슨 말이냐면 안전을 위해서 고용된 사람들 중에 그러니까 평생을 이 사막에서 살아온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시는데 일종의 길잡이(path finder)의 역할도 하시는 것이다. 그러니 제 아무리 최신 장비를 들고 설친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사막에서는 할아버지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길을 가는 것..

사막에 가다 (3)

저녁은 6시부터라고 하는데 아직도 한시간 반이나 남았다. 뭐하나... 사막에 있으니까 얼마 있으면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소장님께 보고 전화를 드렸다. 솔직히 이런 일 잘 안하는데,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난번부터 "그래, 예멘도 살만하지? 우리 함 같이 일해볼까나?" 라고 하는 말에 "아녀, 시러염" 이라고 매몰차게 말을 해댔기 때문에 미안해서 한 번 걸어줬다. 학교 선배라고 있는 인간이 후배를 지옥으로 인도하려 하다니.... 살레 아저씨가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해서 식당엘 갔다. 아앗! 식당 앞에는 약 20여마리의 고양이 떼가 있었다. 게다가 이 넘들.... 마치 개들처럼 떼지어 다니면서 밥을 먹고 나오는 사람들을 졸졸 따라가면서 뭔가 먹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

사막에 가다 (2)

다시 한 시간을 달려서 우리 회사 소속 생산유전으로 왔다. 현장 총책임자는 '이것들이 왜 기어왔지?' 하는 얼굴로 그러나 얼마 안있으면 연봉협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감안하여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라고 오버연기를 보여준다. 대충 CPU (central processing unit)의 시설을 보고 숙소에 들었다. 솔직히 여기에 온 이유는 시설검사가 아니라 점심하고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오늘 숙소를 구하기 위해서다. 여기가 아니면 사막에서 노숙을 하거나 (그럴수는 없자나!!) 지난주에 납치사건이 났다는 아타크(Ataq)에 있는 호텔까지 50km 넘게 가야한다. 게다가 내일 봐야하는 시추예정지도 여기와 가깝다. 다 인생이 그런 것 아니겠냐는 생각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숙소는.... 뭐 예상대로 컨테이너를 개..

사막에 가다 (1)

그 동안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도시이자 게다가 이 나라의 수도인 사나라는 곳에서 지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현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 회사는 예멘에 총 4개의 광구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 두 광구가 서로 인접해 있어서, 현재 생산중인 광구와 내년에 시추를 할 광구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앗 갑자기 일 얘기가 섞이자 글이 딱딱해지는군. 말은 이렇지만 솔직히 예멘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곳 그러니까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시설을 보러가는 것이다. 아무도 같이 가겠다고 나서는 인간들도 없이 막내 하나만 데리고 가게되는 모양새를 봐도 그렇다. 아직도 예멘에는 부족간의 마찰이 있고, 또 외국인에 납치가 빈번하고, 총기사고도 빈번한 그런 곳이다. 아아- 덕분에 실시간으로 글 올리기는 당근 불가능하고, 무거..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염려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갔던 일들도 무사히 (정말 무사히라는 말을 많이 쓰게되는 이 곳입니다) 다 잘 되어서 지금 열심히 보고서를 쓰고 있습니다. 의외로 겨울이라서 사막이 그리 덥지 않아서 잘 버텼다죠. 그리고 야생 낙타도 보고, 베두인족 처녀들도 (물론 먼 발치에서) 봤습니다. 뭐냐.... 다녀왔더니 엄청난 이메일과 문서들이 기다리고 있네요. 정리되는대로 사진 올릴 예정입니다. 아까 어머님과 통화하니까 서울은 춥다던데.... 가져온 두꺼운 옷이 없으니 다음주에 서울 돌아가면 엄청 떨겠군요. 암튼, 무사귀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