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예멘 이야기

사막에 가다 (1)

mmgoon 2007. 12. 16. 18:51

그 동안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도시이자 게다가 이 나라의 수도인 사나라는 곳에서 지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현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 회사는 예멘에 총 4개의 광구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 두 광구가 서로 인접해 있어서, 현재 생산중인 광구와 내년에 시추를 할 광구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앗 갑자기 일 얘기가 섞이자 글이 딱딱해지는군.


말은 이렇지만 솔직히 예멘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곳 그러니까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시설을 보러가는 것이다. 

아무도 같이 가겠다고 나서는 인간들도 없이 막내 하나만 데리고 가게되는 모양새를 봐도 그렇다.
아직도 예멘에는 부족간의 마찰이 있고, 또 외국인에 납치가 빈번하고, 총기사고도 빈번한 그런 곳이다. 아아-


덕분에 실시간으로 글 올리기는 당근 불가능하고, 무거운 노트북을 가져가기도 그렇고 해서 이번 여행은 판다군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챙겨간다.
간만에 판다군의 활약인 것이다.



전날 늘 언제나 항상 그렇듯이 맥주를 거나하게 마시고 잠이들자마자 알람이 울린다.
참고로 그 동안 고이 간직했던 모든 맥주가 동이 났다. 이젠.... 그저 견뎌야 하는 것이다.
아침 7시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5시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대충 아침 대신 커피 한 잔과 과자로 때우고 로비로 나가자 우리 safety officer인 살레 아저씨가 있다.


"자자, 미스터킴 가시져. 공항으로 미리 가 있는편이..."
"넹"


앞에 글에서도 밝혔지만 이번 현장에는 운이 좋게도 fixed wing 그러니까 경비행기를 타고 간다.
물론 올때는 걍 랜드크루져를 타고 오지만.









조용한 아침 거리를 달려서 공항에 도착하고, 허술 무쌍한 보안검색을 마치고 사나 공항 활주로로 나왔다.
바로 앞에 우리가 타고갈 비행기가 보인다.
물론 진정 내가 타고 싶은 비행기야 저쪽에 서있는 보잉 747이다. 아아- 돌아가고프다.
일단은 생각보다는 큰 비행기라서 일단은 안심으로 하고 처음엔 창고인줄 알았던 소위 대기실에서 커피를 한잔 타서 마시자 비행기가 떠난댄다.

비행기는 헬리콥터에 비해서 의외로 편했고, 물에 빠지면 구명조끼 대신 (아에 없다) 자기 의자를 뜯어서 물에 뜨십사 하는 문구 빼고는 별로 특별한게 없는 비행기였다.
약 한 시간에 비행동안 수염난 아저씨가 물이랑 10%과즙이 함유된 쥬스를 줬다. 이것도 헬기에서는 꿈도 못꾸는 서비스다.


비행기는 메마른 땅과 산위를 날아서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예상대로 활주로가 아닌 에어 스트립(air strip)이라고 그냥 맨땅을 다져서 만든 간이 활주로에 내렸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엄청난 빛과 모래먼지가 들어오는 계단을 내려가자 황량한 활주로가 있고, 그 옆에는 군인들이 방공포를 두고 지키고 있었다.








"지난달에 여기 말고 저쪽 활주로에서 (석유회사들은 필요에 따라 활주로를 건설한다) 

 저런 군인 녀석 하나가 비행기에다가 기관총을 난사해서 외국인 둘이 죽었지요"
"엥? 왜염?"
"뭐... 살짝 돌았었나봐요."
"하아- 그러니까 별다른 이유없이..."
"뭐... 사막에 오래 있으면...."


덕분에 이 활주로가 인기란다. 아직까지는.... -_-;;;

도착한 사람들은 여러대의 랜드크루져에 나눠타고 각자의 현장으로 향했다.
우리 차에는 운전기사와 살레 아저씨, 나와 울회사 대리, 그리고 뒤쪽에는 동네 아저씨들 둘이 탔다. 

원래 이 두 아저씨들은 보디가드이나.... 슬쩍봐도 50대 후반의 그냥 놀러온게 분명한 아저씨들이 히히덕대면서 중국제 AK 소총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사막에 단단한 부분에 난 길을 달리던 차가 갑자기 사막 한 가운데로 우회전을 한다. 현장이다...
현재 시추 작업이 진행중인 다른 회사의 현장 견학을 온 것이다.




"알간? 암것도 손대지 말란말야"


라는 따뜻한 인사를 받고 현장을 구경했다. 우리동네... 이 정도면 환대다.
아무래 사나에 있는 오피스랑 약속했어도 현장 총감독이 "나가!!" 하면 걍 쫒겨난다.


"그러니까 지질은 어떤식으로..."
"아아- 씨발 내 19년 경험중에 여기가 젤로 엿같아"
"역시 사막이라 힘들겠어염"
"뭔소리야? 지금이 일년중 젤로 기후가 좋아"


등등의 유용한 정보를 취득했다. -_-;;
약 2시간반 정도 현장을 보고 사진도 찍고 나서 현장 감독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다시 지프에 올랐다. 

막 감독 캐빈을 나오는데 현장감독 화면보호기에 이런 말이 써있는 것을 발견했다.


Get me out of here!!!!


아, 누가와서 나중에 시추할지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절/대/로/ 안올거라고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