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8

Rain Bug

지난번에 쿠르드에 야외지질조사 갔다가 비를 만났습니다. 황량한 땅에 먼지바람이 미친듯이 일어나더니 (서 있기도 힘들더군요) 아주 차디찬 비가 내렸습니다. 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바뀌어 가기 시작하더군요. 암 생각없이 반팔 하나 입고 산에 올랐던 저는 정말 말 그대로 덜덜 떨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한두시간 비가 내리다가 멈추자 땅이 축축해지더군요. 축축해진 땅은 제 신발과 우리팀 차량의 타이어에 늘어붙어서 이동이 엄청 어려웠습니다. 그런 축축해진 땅에 위에 사진에 있는 벌레들이 슬슬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이게 뭐야?" 라고 쿠르드 경호팀에게 물으니까 "아아 미스터킴 이건 레인버그(rain bug)에요. 녀석들 비가와서 땅이 축축해지면 나오져" 한다. 뭐 사막의 생태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으니 그저 신기..

점점 다가오는 현실

조만간 이라크 현장에 출장을 가야한다. 덕분에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는데 (흑흑- 방탄쪼기 사달란 말야~) 업자녀석이 사업제안서를 보내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저희 제안서 보셨나염?" "보고 있는데..." "저희 확실합니다여. 이번에도 일 잘했다고 주변에서 칭찬도 받았고...." "그래?" "동봉된 사진 보세요 캠프도 열라 깔끔하게 잘 만들어서 작업환경이 쥐긴다니까요" 사진을 보니 이거 정말로 천막으로 되어 있는 캠프다. 보통 아무리 후져도 컨테이너로 만드는데 T_T 천막캠프의 최대 약점은 화장실과 샤워실이 안에 없고 (당연하지 아니한가) 공동으로 사용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아- 우려했던 일들이 슬슬 현실로 다가오는구나. 그나저나 주문한 자우림 CD는 왜 오지 않는건지...

사막에 가다 (5)

현장에서 사나로 돌아오려면 마리브를 통과해야 한다. 마리브는 예전 시바왕국의 수도였던 곳으로 평지인 사막과 날카로운 산들과 다시 사구들을 통과하다가 보면 갑자기 녹색이 확 들어오는 오아시스 같은 도시다. 아름답고, 사람들도 활기에 넘친다. 문제는.... 여기가 예멘에서 손 꼽히게 위험한 곳이라서 외국인 납치가 대부분 이 근처에서 일어난다. 한 달전에 프랑스애들이 납치됬었다. 풀려났는지는.... 아직 얘기가 없다. "지난번 국방부 장관도 여기서 운명을 달리했죠" "왜여?" "하하 그게 헬기타고 여기로 오는데 밑에서 걍 기관총으로 갈겨서 떨어져버렸다니까요" "아아 -_-;;;;;" 덕분에 예멘내에서 이동을 하려면 수 많은 검문소들을 통과해야 하고, 각 검문소에 미리 발급받은 통행증을 제출해야 한다. 특히나 ..

사막에 가다 (4)

아침을 먹고 바로 간이 활주로로 정확히 말하자면 있었던 곳으로 갔다. 오늘은 사막에서 어떤 지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나는 최신 GPS장비와 디지타이징 된 지도로 무장을 단단히 하고 (이것도 내 일중에 하나다 -_-;;;) 길을 나섰다. 울 교수님이 늘 말씀하셨다 "넌 geologist야, 알간? 그러니까 지도하고 나침반이 있으면 절/대/로/ 길을 잃어버릴 수 없지!!!" 그/러/나/ 사막에는 사막의 법이란 것이 있다. 무슨 말이냐면 안전을 위해서 고용된 사람들 중에 그러니까 평생을 이 사막에서 살아온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시는데 일종의 길잡이(path finder)의 역할도 하시는 것이다. 그러니 제 아무리 최신 장비를 들고 설친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사막에서는 할아버지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길을 가는 것..

사막에 가다 (3)

저녁은 6시부터라고 하는데 아직도 한시간 반이나 남았다. 뭐하나... 사막에 있으니까 얼마 있으면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소장님께 보고 전화를 드렸다. 솔직히 이런 일 잘 안하는데,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난번부터 "그래, 예멘도 살만하지? 우리 함 같이 일해볼까나?" 라고 하는 말에 "아녀, 시러염" 이라고 매몰차게 말을 해댔기 때문에 미안해서 한 번 걸어줬다. 학교 선배라고 있는 인간이 후배를 지옥으로 인도하려 하다니.... 살레 아저씨가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해서 식당엘 갔다. 아앗! 식당 앞에는 약 20여마리의 고양이 떼가 있었다. 게다가 이 넘들.... 마치 개들처럼 떼지어 다니면서 밥을 먹고 나오는 사람들을 졸졸 따라가면서 뭔가 먹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

사막에 가다 (2)

다시 한 시간을 달려서 우리 회사 소속 생산유전으로 왔다. 현장 총책임자는 '이것들이 왜 기어왔지?' 하는 얼굴로 그러나 얼마 안있으면 연봉협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감안하여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라고 오버연기를 보여준다. 대충 CPU (central processing unit)의 시설을 보고 숙소에 들었다. 솔직히 여기에 온 이유는 시설검사가 아니라 점심하고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오늘 숙소를 구하기 위해서다. 여기가 아니면 사막에서 노숙을 하거나 (그럴수는 없자나!!) 지난주에 납치사건이 났다는 아타크(Ataq)에 있는 호텔까지 50km 넘게 가야한다. 게다가 내일 봐야하는 시추예정지도 여기와 가깝다. 다 인생이 그런 것 아니겠냐는 생각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숙소는.... 뭐 예상대로 컨테이너를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