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현장 8

멀리서 보면 다른게지

어머님께서 이메일을 보냈다. 평소에 뭐랄까 따뜻하게 대화를 나눈 사이가 아닌 것을 감안해보면 주제는 아마도 며칠전엔가 있었던 바그다드 폭탄테러인 듯 싶다.뭐 지금 일하는 곳에서 나름 떨어져 있고, 쿠르드 애들 얘기에 의하자면 전/혀/ 다른 나라 일이고,이미 어머님께 몇 번인가 이 다름을 설명들였지만 뭐 걱정은 걱정일 뿐이다. 어머니가 보시기에는 아들녀석이 빈둥거리고 있는 이쪽이 위험해 보이시겠지만,내가 외국에서 보기에는 솔직히 한국은 일촉즉발의 전쟁상황이다. 나름 머리를 굴려보면 정작 한국사람들은 신세경이라든가 소녀시대라든가 하는 주제에 빠져서 북한이 마구 대포를 쏴대는 상황을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외국에서 보면 우와아- 하는 느낌이다.실제로 쿠르드 애덜도 ‘아아- 미스터킴 전쟁나면 이 사업은 어떻게?’ ..

눈이 옵니다

시추현장에 눈이 펄펄 이라기 보다는 강풍을 동반해서 미친듯이 내리고 있습니다. 방금전까지 중국애들이랑 작업하다가 들어왔는데, 손이 얼어서 결국 커피 한 잔을 하고서야 타자를 칠 수 있네요. 시추현장에서 맞이하는 첫 눈인가요. 솔직히 너무 추워서 감상적이 되기는 어렵습니다만 뭐 눈은 눈인 것이죠 흠흠. 그나저나 오늘 몽땅 야외작업인데 간만에 한 번 추위를 찌인하게 경험하겠네요. 빨랑 몸 녹이고 다시 가서 작업지시도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몸이 노곤하네요. 긴 하루가 될 듯 합니다.

조용한 오전시간

오전 시간이 조용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아침에 두바이와 회의도 마쳤고, 어제 밤을 샌 geologist들은 다 휴식에 빠졌고,정말로 간만에 조용해진 시추현장 아침 햇볓을 즐기고 있습니다.지금 계산으로는 이 조용함은 점심때까지 지속될 것 입니다.뭐 지금도 일반적인 기준으로 하면 소음이 있는 것이지만 워낙 시끄러운 시추현장의 기준으로 보면 ‘고요’ 그 자체입니다. 간만에 맞이하는 조용함, 간만에 맞이하는 혼자 있음, 계속된 쪽 잠으로 인한 나른함이 오늘 오전을 만드는 이미지 입니다. 얼마 전 구입한 커피메이커에 두바이에서 가져온 illy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있다죠.마음이 100% 편안 것도 아니고 긴장이 100% 누그러진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간만에 누리는 호사입니다. 이런 시간이 좀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

인터넷 사정이 장난이 아니네요

현장에 있습니다. 며칠간 강풍 등등으로 인해서 인공위성 안테나가 넘어지고 일부 부셔지고 해서 방금전까지 인터넷 사정이 엄청 열악했다죠. 덕분에 블로그는 꿈도 못꾸고 아주 중요한 메일들만 GRPS 방식으로 (GSM 휴대폰을 이용한 데이터통신) 겨우겨우 보냈답니다. 이게 가격은 엄청난데다가 열라 느려터져서 한시간에 메일 3개 보냅니다. 그러다가 오늘 하루 종일 IT들이 고치더니 이젠 가끔씩 연결이 되네요. 인터넷이 불통이니까 메신져도 안하고 메일도 극소수로 보내고 뭐 나름 좋네요. 아직은 사진이 올라갈 만큼 속도 개선이 안되고 있습니다요. 내일이면 좋아질까나 합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고 있으니까

왠지 이렇게 글을 올리고 있으니까 '자식 현장에서 빈둥대는군'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실상은... 머리도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도 잘 안돼고 허리도 아픈 나름 불쌍한 상황입니다 T_T 현장 일이란게 막 바쁘다가 한 순간 넘어가면 죽치고 기다리다고 또 막 바쁘고 그런 생활의 연속입니다. 허리가 아파서 잠깐 누웠다가 오려고해도 별로 마음이 내키지를 않는군요. 그냥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흠흠- 뭐 달 잘되겠지요.

인간은 점점 단순해진다

“그래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좋겠어?”“아, 뭐 이러저러하고 어짜피 이러저러 하니까 이런저런 식으로 하면 될 듯 합니다요” 빨랑 회의 끝내고 간만에 도시로 돌아가서 냉장고 깊숙이 넣어두었던 맥주를 마시고 싶은 마음에 휘휘휙 답변을 날렸다. “알았어. 그니까 니가 이번 구간은 끝까지 남아서 처리를 하고 돌아왓!!!” 허억- 덕분에 또다시 기약 없는 현장근무 연장이 찾아왔다. 갈아입을 옷이 없는데 흑흑-여기 있는 애들도 충분히 다 잘 하는데, 왜 하필 내가 책임을 져야 하나. -_-;;; 마음에 상처를 입고 오전 회의를 마치고 방에 와서 점심도 거르고 잠을 잤다.생각해보니까 어제 저녁 11시에 일어나서 아직까지 잠도 못자고 계속 서있었던 것 같다. 잠에서 깨어 사무실로 나오니까 이미 점심은 사라지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