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쿠르드 이야기

인간은 점점 단순해진다

mmgoon 2009. 10. 28. 20:23



“그래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좋겠어?”

“아, 뭐 이러저러하고 어짜피 이러저러 하니까 이런저런 식으로 하면 될 듯 합니다요”

 

빨랑 회의 끝내고 간만에 도시로 돌아가서 냉장고 깊숙이 넣어두었던 맥주를 마시고 싶은 마음에 휘휘휙 답변을 날렸다.


“알았어. 그니까 니가 이번 구간은 끝까지 남아서 처리를 하고 돌아왓!!!”


허억- 덕분에 또다시 기약 없는 현장근무 연장이 찾아왔다. 

갈아입을 옷이 없는데 흑흑-

여기 있는 애들도 충분히 다 잘 하는데, 왜 하필 내가 책임을 져야 하나. -_-;;;


마음에 상처를 입고 오전 회의를 마치고 방에 와서 점심도 거르고 잠을 잤다.

생각해보니까 어제 저녁 11시에 일어나서 아직까지 잠도 못자고 계속 서있었던 것 같다.


잠에서 깨어 사무실로 나오니까 이미 점심은 사라지고 없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처절하게 말라버린 빵 한 개와 바나나 두 개가 들어있다.


“야, 바나나는 냉장고에 넣지 말라고 했자나!”

“우씨 바나나는 원래 시원하게 먹어야 맛있다구요”


또 나름 먹어보니 시원한 바나나는 괜찮았다. -_-;;

왜 바나나를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되는 것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고 -_-a


현장생활이 지속되면서 점점 단순해지고 있다.

하아- 저녁에는 무슨 반찬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