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예멘 이야기

사막에 가다 (2)

mmgoon 2007. 12. 16. 18:55

다시 한 시간을 달려서 우리 회사 소속 생산유전으로 왔다.






현장 총책임자는 '이것들이 왜 기어왔지?' 하는 얼굴로 그러나 얼마 안있으면 연봉협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감안하여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라고 오버연기를 보여준다.


대충 CPU (central processing unit)의 시설을 보고 숙소에 들었다.
솔직히 여기에 온 이유는 시설검사가 아니라 점심하고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오늘 숙소를 구하기 위해서다.
여기가 아니면 사막에서 노숙을 하거나 (그럴수는 없자나!!) 지난주에 납치사건이 났다는 아타크(Ataq)에 있는 호텔까지 50km 넘게 가야한다. 

게다가 내일 봐야하는 시추예정지도 여기와 가깝다. 다 인생이 그런 것 아니겠냐는 생각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숙소는....
뭐 예상대로 컨테이너를 개조한 곳으로 주변에는 고양이들이 어슬렁 거리고 책상과 침대에는 먼지가 아니 사막이니까 사막의 고운 모래가 풀풀 거린다.
화장실은 2인1조로 사용하고, 에어컨은 소리만 낼 뿐 시원해지지 않는다.
전형적인 외딴 사막 생산현장이다.









숙소에 들어오자 대리녀석은 바로 뻗어서 침대에 눕는다.
누군지 녀석 데리고갈 여인네는 불쌍하다. 그것도 체력이라고....

그리고 잠시 시간이 나서 이렇게 글을 적는다.
또 어떤 인간은 여기서 근무를 해야할텐데 불쌍하다.


점심식사를 기다린다.
아아 빨랑 시간이 갔으면...


드디어 식사시간이 와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런 현장에서는 먹는 시간이 젤로 즐겁다.
오늘 메뉴는 밥(알락미라고 하는), 양고기구이, 야채죽이다. 역시나 아침을 굶어서 그런지 꿀맛이다.






"에유 내일 오셨으면 아이스크림 먹을 수 있는데염"
"그래?"
"넹. 내일 부식차 들어오는데..."
"그렇다고 나 여기 낼까지 있을 생각은 없다 -_-;;"


후식으로 차를 한 잔 마시고 숙소에 돌아와서 빈둥대는데 차가 준비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 가시져. 근데 뭘 보시고 싶으신지..."
"지난번에 보고하신 그 생산정하고요, 로드펌프(소위 메뚜기) 수리된 상황하고, 그리고 water well들하고... .... ...."


현장 기사녀석이 표정 어두워진다.
어쩔 수 없다.
내가 현장간다고 하자 올타꾸나 하고 이넘 저넘이 대신 좀 봐달라고 부탁한 결과다.








랜드크루져의 완전한 와일드 버젼을 타고 여기저기다녔다.
와일드 버젼은 정말 군용차같아서 아무데나 잘 다니기는 하는데, 쿠숀도 군용차같아서 엉덩이가 깨지는 줄 알았다. 

참고로 사막을 100km/h로 달리다가 밑에 돌이라도 나오면 그대로 점프를 해서 천정을 머리로 받는 상황이 연출된다.

중간중간 가는 길에 야생낙타들이 빈둥거리고 있다.


"어 저 낙타 야생이에요?"
"그렇죠"
"그럼 저 양은요?"
"그건 베드윈족들 겁니다"
"그럼 양치는 베드윈족들은 어디있죠?"
"그넘들... 도무지 보이질 않아요. 이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종족이에요. 암생각도 없고"


늘 예멘사람들이 암 생각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그 보다 더 한 인간들이 존재하나보다.






현장에서 돌아오자 갈증과 피로가 몰려온다.

참, 방금 발견한 건데, 이 방에 있는 냉장고는 금성(Goldstar)에서 만든 것이니까 그럼 LG라는 얘기인가 하고 생각을 했더니... 뭔가 이상하다.
그러니까 중국넘들이 Goldstar라는 이름으로 일종에 짝퉁을 만들어 팔아댄 결과이거나, 아니면 이 냉장고가 LG가 Goldstar이던 시절에 만든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 숙소가 만들어진게 80년대 초반이니까... 으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