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예멘 이야기

사막에 가다 (4)

mmgoon 2007. 12. 16. 19:02


아침을 먹고 바로 간이 활주로로 정확히 말하자면 있었던 곳으로 갔다.

오늘은 사막에서 어떤 지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나는 최신 GPS장비와 디지타이징 된 지도로 무장을 단단히 하고 (이것도 내 일중에 하나다 -_-;;;) 길을 나섰다.

울 교수님이 늘 말씀하셨다 


"넌 geologist야, 알간? 그러니까 지도하고 나침반이 있으면 절/대/로/ 길을 잃어버릴 수 없지!!!"


그/러/나/

사막에는 사막의 법이란 것이 있다.

무슨 말이냐면 안전을 위해서 고용된 사람들 중에 그러니까 평생을 이 사막에서 살아온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시는데 일종의 길잡이(path finder)의 역할도 하시는 것이다.
그러니 제 아무리 최신 장비를 들고 설친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사막에서는 할아버지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길을 가는 것이다. 

그게 이 곳에 법인 것이다. 심지어 내게 물어보지도 않는다.

덕분에 자동차에 앞쪽에는 운전기사와 path finder인 할아버지가 앉고, 

뒤쪽에는 나와 대리와 우리 회사 현지인이 쭈그리고 앉아서 할아버지가 가시는대로 따라가는 시스템이 된 것이다.


처음에간 간이 활주로까지 할아버지는 기가막히게 잘 찾아갔다.
보통 사막은 자신의 위치를 추정하기가 어려운데, 할아버지는 말도 안하시고 손가락으로만 갈 방향을 점지해주시는 공력을 선보이면서 사막 한 가운데 활주로를 찾았다.






'오오'

존경심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문/제/는/

이게 다음번 시추위치를 찾아가는데 할아버지가 약간씩 햇갈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결국 몇바퀴를 빙빙 돌다가 (예전에 이러다가 사막에서 죽는 영화를 봤던것 같기도...-_-;;) 왠 이상한 돌무더기를 가리키면서


"아아, 저기야" 


하시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이 곳은 전혀 시추위치 같아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내 GPS는 약 1.7km 남쪽으로 더 가야 한다고 표시하고 있었다.






결국 평생을 사막에서 살아온 일련의 사람들과 이 나라에 심지어 사막이라고는 처음 나와본 새파란 동양녀석 (접니다요 -_-a)과의 말다툼이 시작되었고, 

결국 남자들의 자존심까지 부딧혀가지고 뭐랄까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차는 그냥 따라오라고 하고 내가 가리키는 지점까지 사막을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결국 쉬운 말로 분이 풀리지 않은 4명의 남자들이 식식 거리면서 사막을 걷게 된 것이다.


상황은 이랬지만 12월에 해발고도 1000m의 사막을 걷는 것은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어서 차를 타고 걸어갈때는 몰랐던 짐승들의 움직임이나 발자국들, 

그리고 작은 풀들을 느낄 수가 있었고, 사막에 착착 찍혀가는 내 발의 자국들이 왠지 마음을 자꾸 가라앉게 했다.

또 우리 path finder인 할아버지와도 친해져서 GPS 사용법도 알려주고 이런저런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 영어하시더군요)









결국 찾던 위치에 도착을 해서 이런저런 조사를 하고 (결국 GPS의 신뢰도는 높다는 얘기죠) 

문득 운전이 하고 싶어서 랜드크루져의 핸들을 잡고 할아버지의 인도하에 사막을 한시간 넘게 운전을 했다. 4년만에 처음으로 하는 운전을 사막에서 하다니....
이제 날 인정해주게된 할아버지는 친절하게도 차가 80km/h 밑으로 떨어지면 "faster"라고 말씀해주시고, 
무려 한시간을 남쪽으로 달리고 나서야 손을 왼쪽으로 까딱하셔서 방향을 알려주시는 공력을 보여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