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은 6시부터라고 하는데 아직도 한시간 반이나 남았다.
뭐하나...
사막에 있으니까 얼마 있으면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소장님께 보고 전화를 드렸다.
솔직히 이런 일 잘 안하는데,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난번부터
"그래, 예멘도 살만하지? 우리 함 같이 일해볼까나?" 라고 하는 말에
"아녀, 시러염"
이라고 매몰차게 말을 해댔기 때문에 미안해서 한 번 걸어줬다.
학교 선배라고 있는 인간이 후배를 지옥으로 인도하려 하다니....
살레 아저씨가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해서 식당엘 갔다.
아앗!
식당 앞에는 약 20여마리의 고양이 떼가 있었다.
게다가 이 넘들.... 마치 개들처럼 떼지어 다니면서 밥을 먹고 나오는 사람들을 졸졸 따라가면서 뭔가 먹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역시나 예멘은 보통 개들의 역할을 고양이들이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무서운 넘들...
솔직히 이렇게 썼지만 녀석들은 나름 귀엽다.
그늘에 누워서 빈둥대다가 내가 가면 '쓰다듬어 줄래?' 하는 표정으로 다가온다.
심지어 새끼 고양이들이 귀여워서 쓰다듬자 그 어미가 쌰악- 하는 소리를 내길래 어미한테 가서 쓱쓱 쓰다듬어 줬더니 아에 좋다고 벌렁 눕는다.
물론 그 옆에서 새끼들은 '뭐야 이게' 하는 표정으로 양양 거리고 있고....
두번째 날은 일찍 시작을 해야한다.
현장을 두 군데 다니고 나서 차를 이용해서 사나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위험한 길을 굳이 해가 진 다음에 넘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