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예멘 이야기

호텔에 계속 있게된 사연

mmgoon 2007. 12. 2. 23:09

이곳으로 떠나오기 전에 지금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뫼벤픽 호텔에 예약을 했습니다.
예멘은 대충 짐작을 하시겠지만 그리 호텔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정상적인 생활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호텔에서 기대하는 그런 상황을 기대하려면 대충 3개 정도의 호텔밖에 없습니다.

암튼 소위 스위스식 친절을 내세우는 (도데체 스위스에 친철함이 있는건가요) 뫼벤픽에서 빈둥대고있는데 편지를 한 장 받았습니다.
내용인 즉슨....

'예멘 정부에서 주최하는 Forum for the Future라는 것을 하는 기간동안 호텔을 나가주십사'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뭐, 이넘의 정부 충분이 그럴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그러니까 정부주최 국제회의를 하겠다고 모든 5성급 호텔을 완전히 정부가 일주일간 뺐어버린 겁니다.

주위의 얘기를 종합해보니까, 예멘정부가 이번에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서 원조를 조금 더 받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런 포럼을 주관했고, 이곳에 미국 국방장관인 아줌마가 온다고 얘기가 되었으며, 이 아줌마가 예멘에서 신나게 활동중인 알카에다 형님들을 고려해서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전부를 미국 경호하에 두겠다고 투숙객들을 내치라는 부탁을 했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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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일주일간 쫓겨나게 된 나는 호텔을 찾아 전전해야 되었고, 대부분의 괜찮은 호텔은 이 포럼 참석 덕분에 밀리고 밀려서 호텔안에 시설이라고는 식당하나와 손바닥만한 실외풀장이 전부인 호텔을 겨우 구했다죠.

무엇보다도 일주일 나가겠다고 모든 짐을 다 꾸리고, 양복하고 와이셔츠 다시 다리고 등등의 일을 떠올리자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그렇다고 미국무장관과 한 판 뜰 수도 없고, 솔직히 생각을 해보면 공연히 국무장관 아줌마를 노리고 알카에다 형님들이 폭탄이라도 날리기라도 하면 문제도 있고.. 라는 자위를 하면서 어제 밀린 빨래를 했다죠.

그런데 오늘 아침에 편지를 하나 받았습니다.

'예멘 정부에서 주최하려던 Forum for the Future가 무기한 연기되었사오니 계속 계시시...'

얘기를 들어보니 국무장관 아줌마가 안온다는군요.
뭐, 요사이 미국 주도로 진행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회담덕에 이쪽에 올 필요가 없어진 것인지, 알카에다 형님들의 계획이 노출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암튼 호텔에 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연히 맥만 탁 풀린 주말이 되고 있습니다.
내일은 독립기념일을 빙자한 (실제로는 11월30일 이었지만 주말인 관계로) 휴일입니다.
맘 편히 늦잠을 기대해본다죠.

주제는....
중동정세는 나름 복잡하다와 국제회의 하나 제대로 주최못하는 예멘정부가 한심하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