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쿠르드 이야기

쿠르드 주말 이야기

mmgoon 2012. 7. 15. 00:28

오늘은 느즈막하게 일어났습니다.

네, 이라크 쿠르드에도 주말이 온 것입니다.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런저런 이유로 경호가 필요한 곳이 쿠르드입니다.

덕분에 쿠르드 주말은 다른 곳들에 비해서 단조롭고 답답한 편입니다. 뭐, 자유를 준다고 해도 갈 곳이 마땅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지요.


어제 마신 술을 고려해서 오늘 점심으로는 냉동고에 모셔두었던 비장의 부대찌개를 해먹기로 했습니다.

얼큰한 국물을 생각하면 요리에 들어갑니다.


오늘의 마스터 세프는 이과장이죠.



부족한 부대찌개의 양을 증가하기 위해 추가 라면사리와 햄, 그리고 추가 바지락을 투입하기로 결정합니다.



역시나 포장에 들어있는 해물은 양이 부족합니다.

일단 이렇게 씻어두고



능숙한 솜씨로 냉동 바지락을 꺼내고 있는 이과장. 냉동요리의 길이 어언....



모든 재료를 투척해서 휙휙 저으면서 끓여줍니다. 

부족한 국물맛은 라면스프로 보강을 하지요.



찌개를 끓이는 동안 정대리는 밥을 퍼서 공기에 담고.... 그러니까 저는..... 네, 이렇게 사진을 찍었군요 -_-;;;;



나름 먹음직 스럽게 보이는 부대찌개



부대찌개를 KBS World를 시청하면서 먹어줍니다. 걸그룹들의 힘으로 쿠르드 생활을 버틴다는... -_-;;;;;



밥을 다 먹고, 거실에서 뒹굴거리고 있다가 간만에 시내 구경을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곳은 아르빌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마지디몰입니다.



뭐, 나름 다른쪽 이라크를 생각하면 잘 지어진 곳이지만, 두바이에 사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작은 몰이죠.

휙휙 둘러보고 아르빌의 중앙인 씨타델(Citadel)쪽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아르빌은 동심원상으로 발달한 도시로 그 중심에 이 씨타델이 있습니다. 

지금은 UNESCO가 보존을 하면서 탐사중이라서 대부분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예로부터 이곳은 아르빌의 중심이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전통시장이 있어서 저녁시간이 되면 발디딜틈도 없이 복잡해지는 곳입니다.

도착했을 때는 50도에 육박하는 더위의 낮 시간이라 나름 한가하더군요.





쿠르드 족들의 전통신발. 

아래쪽에 끈같은 것이 있어서 산을 다닐적에 편하다고 합니다.



시장에서 올려다본 시타델의 성벽



나름 시타델 밑의 이 광장은 아르빌의 상징과 같은 곳이라서 뉴스에 자주 나옵니다.


당근 찻집도 있고 물담배 가게도 주변에 있습니다.




장난감 가게



왠지 어디선가 암흑의 통로를 통해 가져온듯한 스마트폰 가게


아, 정말로 더운 날입니다. 

결국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고 차를 돌립니다. 저 멀리 우리 숙소가 보이네요.




저녁에는 '주말을 이런식으로 보낼 수 없다' 혹은 '김과장을 뜯어먹으마' 하는 마음들이 뭉쳐서 아르빌에 몇 안되는 접근 가능 레스토랑 중 하나인 독일 호프집엘 갔습니다. 어흑- 내 돈.



맥주를 시키고 감자, 슈니첼, 샐러드, 치킨 윙 등등 안주를 열라 시키더군요. 흑흑 지네돈 아니라고.




돌아오는 길에 술 가게에 들려서 와인을 몇병 구입했습니다.

아르빌에 있는 기독교인 지역인 아인카와(Ainkawa) 지역에서는 술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외로운 쿠르드 밤에 맥주와 와인은 필수죠. 흠흠.



나름 이번 주말에는 알차고 짜임새있게 놀러다녔습니다.


'그럼 다음 주말도 이렇게 놀러다니면 되지않는가?'


라고 물으신다면, 오늘 다닌 곳이 아르빌에서 갈 수 있는 대부분이라고 (여기에 몇몇 식당만 추가됩니다) 말씀드리고 싶네요.

암튼 적지 않은 나이의 남자 3명이 보낸 쿠르드의 주말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