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쿠르드 이야기

개념없는 쿠르드 친구 이야기

mmgoon 2012. 6. 7. 21:05

아직 갈 길이 먼 쿠르드




쿠르드에서 공문서가 하나 왔다.


'이러이러한 자료를 현재 영국 리즈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중인 파라이둔에게 제공하시오'


라는 내용이었다.


도데체 누가 보냈나 봤더니 쿠르드 석유성에서 일하는 왠 아저씨다. 


소위 정부라는 조직이 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 하나에게 그것도 이름까지 명시해서 우리 자료를 보내라고 '공문'씩이나 보낸 것이 일단 우습기도 하고, 

물론 개인적인 부탁 혹은 청탁을 받았겠지만 우리 광구 담당자도 아닌 사람이 쪽팔리게 이런 공문이나 만들어 보낸 사실이 한심하기도 하고, 

이미 자기들에게 제출한 자료 하나 찾지 못하는 녀석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괴씸한 마음도 들었다.


자료를 제공하라는 파라이둔은 예전에 내 밑에 있던 직원인데 늘 자기가 석사인 것에 자존심을 세웠지만 업무 능력은 별로였다 (영어 실력도 별로였구나 -_-;;;) 

그러던 차에 자기 출신 대학에 강사자리가 났다고 한국까지 보내서 겨우 교육시켜놨더니 사표를 쓰고 학교로 가버린 친구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국비유학을 영국으로 갔고, 얼마전에 연락이 와서 자기 박사학위 논문에 우리 회사 광구 자료를 쓰겠다고 했다.


석유산업에서는 자료가 곧 돈이고 비밀이고 그렇다.

특히나 쿠르드 처럼 석유산업이 막 태동한 곳에서는 일단 자료가 한 번 빠져나가면 전국에 모든 인간들의 소유가되기 때문에 나름 자료 관리를 신경쓰고 있다.

대부분의 석유회사들도 현재 작업중인 광구의 자료를 학문에 이용하기를 꺼리고 만일 한다고 해도 극히 제한적인 방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거절을 했더니 (녀석 머리로는 '내가 일한 회산데' 하면서 화도 났겠지만) 이번에는 정부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이런식으로 공문을 보내온 것이다.


결국에는 짜증이 나서 영국 대학 쿠르드 녀석 담당 교수에게 


'이런 상황인데 너네 학교는 이런 식으로 논문을 쓰냐? 자료의 소유권에 대한 개념은 있냐?' 


라는 식의 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논문 쓸적에는 내가 다니는 회사 자료임에도 '이 자료는 사용가능하다' 라는 레터가 필요했는데, 어디 Leeds University 수준을 한 번 볼 생각이다.


암튼, 이런 상황들을 몇번 겪고 나면 쿠르드에 정나미가 뚝뚝 떨어진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