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예멘 이야기

까트(Qat) 이야기

mmgoon 2007. 12. 18. 16:49
겉으로만 보자면 이 나라 예멘은 중동에서 젤로 못살고 문맹률도 젤로 높고, 얼마전까지 남북으로 나뉘어 살다가 내전을 겪고, 현재 대통령은 몇십년째 독재를 하고 있고, 수도인 사나에 지하수는 완전히 오염되어 버리고 지하수면은 낮아져서 물도 귀해족 있기 때문에 뭐랄까 뭔가 한 번 일어날 수도 있는 그런 분위기다.

그런데 현실을 보자면 사람들은 열라 순박하고 나름 즐겁게 살고 있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은 그 저변에 까트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예메는 시아파가 주를 이루는 나라라서 소위 이슬람 원리주의가 강하다.
덕분에 술도 여자도 없는 그런 나라를 만들다가 보니, 길거리에는 수염난 남자들만 있고, 여자들은 까만 천을 뒤집어쓰고 다닌다.
특별한 스포츠도 없고, 티비도 열라 재미없다.
이런 나라 사람들에게 최고의 기쁨은 바로 까트다.

까트라는 것은 소위 우리나라 표현으로 하면 일종에 마약이다.
아주 강한 것은 아니고 약한 환각현상을 보여주고 대마초처럼 중독성은 없다고 알려진다.
일종에 식물의 잎인데 이걸 천천히 씹어서 왼쪽 볼에다가 밀어넣고 불룩하게 만들면서 그 환각을 즐긴다. 까트에 이용되는 식물은 한 종류가 아니고, 싼 것부터 아주 비싼 것 까지 있다.
남자의 75% 여자의35%가 이 까트를 즐긴다고 한다.

쉬운말로 국민의 반항성을 죽이기 위해서 국가가 공식적으로 허가한 '마약'이다.

덕분에 오후 2-3시가 되면 사람들은 길가나 풍경이 좋은 곳, 차안, 부자들은 까트용 전용방 (보통 전망이 좋은 곳에 만든다) 모여서 까트를 씹으면서 얘기를 나눈다.
심지어 운전기사들과 군인 경찰들도 이 까트를 씹으면서 업무를 본다.

문제는 이 까트라는 넘이 싸지 않다는 것이다.
덕분에 자신의 생활수준을 넘는 엄청난 돈을 사람들은 여기에 사용한다.
또 까트 나무는 많은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물이 부족한 이 나라에는 치명적이 될수가 있다.
농민들은 가장 소득이 높은 까트를 심기 위해서 수출이 가능한 커피나무를 뽑아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예멘 사람들과 일을 하다가 보면 이 사람들이 하루에 4시간 정도 밖에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유는 2-3시부터 까트를 씹어대고 이 시간이 끝나면 집으로 가버리기 때문이다.

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까트를 씹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게 남자들끼리 친해지는 아주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술같은 거다) 주변에 있는 수 많은 예멘 녀석들이

"아아, 이거 한 번 해보세염"
"이거 모르면 남자가 아니져"

등등으로 끊임없이 나를 꼬셔대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도 자리에 있는데 한 녀석이

"하하, 내가 미스터킴 까트 안씹는줄 아는데, 이게 뭐랄까.... 워낙 좋은게 입수되서리..."

하면서 까트를 놓고 간다.
뭐 나름 친해보겠다고 하는데.... 뭐라할 수 없다.

운전기사 살라 아저씨에게 주고 (열라게 좋아라 한다) 한 뿌리만 가져다가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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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걸 이해해야 예멘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도데체 자기 정권 유지를 위해서 국민에게 마약을 푸는 정부를 어떻게 이해한단 말인가...
그래도 우리나라는 스포츠네 성해방이네 하는 식의 애교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