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중얼거림

책을 사다 - 단지 유렁일 뿐

mmgoon 2008. 10. 12. 15:10

출장을 위해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긴 비행시간과 그 사이에 놓여있는 지루한 대기 시간을 위해 책을 한 권 샀다.
이런 경우 책을 사는 것은 인터넷으로 읽고 싶은 책을 구매 하는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일단은 '이걸 읽어보고 싶다'로 출발한 구매와는 달리 '책이 필요하다'로 부터 시작을 한다.

또 이번에는 여행용이기 때문에 책의 영혼뿐 아니라 육체도 나름 평가 기준이된다.

그래서 가을 햇빛을 즐기면서 동네 서점으로 나갔다.
아파트숲 사이 지하에 서점이 있다는 사실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일단 하드커버는 제외. 무겁다. 대게 하드커버는 장서용이지 여행용은 아니다.
얇은 책은 제외. 어느정도의 양이 되어야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긴다.
폰트가 큰 책은 제외.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다.
이상하게 하드커버도 아니면서 무거운 책들은 제외. 왜 무거운건지.
너무 어두운 이야기는 제외. 나 이라크로 가는거다.
삽화가 있는 책 제외. 왠지 여행용은 삽화가 싫다.
여러권으로 나뉘어 있는 책 제외. 두 권이상 들고 다니기 싫고 불가능하다.

이런 식의 기준으로 아저씨 한 명이 (접니다) 책을 살피고 꺼내서 무게를 달아보고 다시 제 자리에 꽂는 우스울수도 있는 행동을 40여분간 한 끝에 (소설, 수필, 처세술 등등 장르를 무관하게 고르기 때문 -_-;;) 유디트 헤르만의 단지 유령일 뿐 이라는 책을 골랐다.


좋은점:
가볍다!! 거의 아멘이라고 외칠뻔 했다.
적당한 길이와 폰트 크기와 너무 하얗지 않은 지질이 좋다. 비행기에 램프를 켜면 너무 하얀종이는 눈이 아프다.
단편이다. 여행시에 호흡이 긴 소설은 힘들다.
독일작가다. 가을에는 역시나.
옮긴이의 글이 뒤에 있다. 이건 당연한 건데 가끔 앞에 있는 책들이 있다. 난. 절대 읽지 않는 부분이다.
일러스트가 맘에 든다. 약간 일본풍일수도 있지만서도.

나쁜점:
여자작가다. 이상하게 여행하는 동안에는 남자작가의 글들이 잘 읽힌다. 선입관일수도...
민음사다. 민음사 책은 재미가 없다는 역시나 선입관이...
내가 싫어하는 띠벽지에 (책에 감아놓는 선전띠) 조경란이라는 소설가가 "유디트 헤르만을 읽고 난 후, 나는 어딜 가나 그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덕분에 조경란씨 책은 당분간 안볼 것 같고 이 책도 마이너스 점수를 먹었다 (네네 속이 좁지여)

인터넷에서는 9000원이고 서점에서는 1만원이었다.
그동안 포인트 카드를 동원해서 7000원에 구입을 했다. 아아- 한국에서 포인트카드란 것을 처음 사용했다. 왠지 생활의 달인이 된 느낌이었다. -_-;;;

아직 읽기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이 정도 사이즈이면 비행기가 연착이라도 하면 한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다.
두 주간의 출장이니까 벌써부터 읽어버리면 큰 일 난다.

일단 띄벽지는 없애버리고 지난번 보딩패스를 책갈피로 껴두었다.
모쪼록 잘 읽고나서 신나게 혹은 흥분해서 독후감이라도 올리기를 바란다.


단지 유령일 뿐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유디트 헤르만 (민음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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