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지질학/석유와 천연가스

석유와 석유지질 (3) - 석유회사 사람들

mmgoon 2017. 12. 22. 12:15

석유회사의 사람들



가끔 인터넷에 보면


"석유회사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되여"


라는 질문을 봅니다.


실제로 석유회사도 일반적인 회사처럼 각종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그러니까 경영, 법학, 재무, 회계, 총무, 구매, 안전/환경, 기계, 전기, 토목, 프로세싱, 트레이딩, 어학 등등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드릴 얘기는 석유회사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석유의 탐사와 생산을 하는 상류부문 석유회사에 근무하는 바로 '탐사와 생산'을 하는 기술직종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석유회사의 탐사를 담당하는 부문 그러니까 탐사팀 혹은 지질저류팀(GGRE) 혹은 Subsurface 팀 주변을 서성거리면 다음의 4종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1. Geologist



우리나라 말로는 지질학자라고 번역할 수 밖에 없지만 실제로 이들은 '학자'는 아니니 여기서는 그냥 geologist라고 하겠습니다.


하는 일은 담당하는 지역에 (광구라고 하죠) 지질분석을 통해 원유/천연가스 등을 배태할 수 있는 petroleum system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가능한 저류층, 구조형태, 매장량 산정 등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시추작업이 일어나면 사전에 시추평가계획을 수립하고, 시추중/시추후 평가작업을 책임집니다.


이 사람들을 구분하는 방법은....

팀 내에서 가장 시끄럽고 말을 많이 합니다. 덕분에 팀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사람들입니다.

이건 직업 특성상 이렇게 훈련이 된 결과이기도 하고 원래 이런 성격의 사람들이 geologist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책상 한쪽에 돌을 수집해둔 흔적이 보이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엑셀입니다 (큰 컴퓨터를 싫어하죠)


요사이 지질모델(geology model / static model)을 하는 geologist들,이 geomodeller라고도 부릅니다, 생겨서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인간들도 있는데.... 이건 신세대로 취급합니다.




2. Geophysicist



애네들도 굳이 우리말로 하자면 지구물리학자인데 역시나 '학자'가 아니므로 geophysicist라고 하겠습니다.


하는 일은 주로 탄성파 자료를 해석해서 지하의 구조 모양을 분석하고, geologist가 매장량 산정시 가장 중요한 자료인 구조의 크기를 계산하는 일을 합니다.


그러니까 팀에 와 보면 자기 자리에는 잘 앉아있지 않고, 컴퓨터실에 큰 모니터 앞에서 (요사인 큰 모니터가 2-4개) 하루 종일 앉아서 마우스로 클릭질을 하고 있는 

geologist와 같은 학과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말수가 적은 상대적으로 하얀 얼굴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현장은 바로 이 컴퓨터실인 것이죠.

예전에 왠 geophysicst가 


"이라크 사업 하신다고요? 아아, 제가 이라크 넘 잘알져... ...."


라고 말을 시작했는데, 결국 그 인간은 이라크에 실제로 한 번도 간 적이 없이 물리탐사자료만을 해석했던 것으로 잘 안다고 말한 것이었답니다. 네네 그들에게 현장은....




3. 저류 엔지니어 (Reservoir Engineer)



위에서 설명한 geologist와 geophysicist들은 이과대학 지질학과 출신들입니다.

이번에 설명하는 reservoir engineer (저류공학자. 그러나 역시나 학자가 아니라오)들은 그러니까 공대에 속해있는 자원공학과 출신들이죠. 

네네, 그러니까 공돌이들인데 석유쪽으로 특화된 공돌이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은 지질/지구물리쪽에서 만든 지질모델을 바탕으로, static model이라고 하죠, 

실제 이런 구조에서 생산이 될 때 어떤식의 양상을 보일 것인가를 예측하는 dynamic modelling을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능력, 생산가능량, 저류층의 상태 등등을 예상합니다.

덕분에 탐사 초기에는 별로 필요가 없다가 나중에 생산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하는 친구들입니다.


이 친구들도 geophysicist들 처럼 주로 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도 우리팀 컴퓨터실을 지나가다 보면 geophysicist, reservoir engineer, geomodeller (신세대 geologist)  들이 옹기종기 각자의 컴퓨터 앞에 붙어있습니다.


이 친구들을 구분하는 방법은...

그러니까 언듯 보면 geophysicist들 같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외향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야기를 나눠보면 geologist에 비해 엄청나게, 그리고 geophysicist에 비해 상당히 부정적인 표현과 내용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걸로 구분이 가능하죠.




4. 시추 엔지니어 (Drilling Engineer/Driller)



언젠가 


"나도 시추기사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여"


라는 질문을 한 것을 보았는데, 이 '시추기사'라는 표현 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암튼 탐사분야 직종중에 참으로 유니크한 그룹이 존재하는데 바로 시추기사들이죠.

자원공학과 출신이 주를 이루는데 실제로 자원공학이라기 보다는 시추분야에 특화된 사람들로 그들만에 특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즉 호불호가 갈리는 직종입니다.


탐사, 개발, 생산을 위해서 시추가 결정되면 geologist가 시추위치, 심도, 목표구간, 평가계획을 정하게 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driller들은 최적의 시추방법을 선정하여 최대한 빨리, 최적의 비용으로 시추작업을 진행시킵니다.


이 사람들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평소에는 거의 잘 보이지 않다가 시추가 시작되려고 하면 갑자기 그 수가 늘어나는 사람들로 일이 있을 때만 모여드는 일종의 외인구단 같은 조직입니다. 

기본적으로 현장근무부터 커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뭐랄까 사용하는 영어가 조금 다릅니다.  네네 현장의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 친구들이 진급을 거듭해서 매니져들이 되면 왠일인지 다른 직종들에 비해 목소리를 더 까는 경향이 있습니다.




뭐 대충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석유를 찾고 개발/생산을 하는 곳이 석유회사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단계별로 어떤 직종이 얼마나 참여를 하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위의 표는 일반적인 중요도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예를들어 개발단계에 시추기사들의 중요도가 크지만 이것은 단순히 이 시기에 시추가 집중된다는 얘기지 시추팀이 개발단계를 주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네네, 그들은 언제나 외인구단처럼 활동합니다.



하는 일이 다르고, 교육받은 내용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저런 갈등도 있고 이걸 풀어가면서 일들이 진행됩니다.

덕분에 김부장은 오늘도 지질, 지구물리, 저류, 시추 사이에 껴서 눈치를 보는 흑흑- 이게 뭐 팀장이야!!!


각 직종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그림 하나 투척하고 이번 포스팅을 마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대답과 함께 복장을 봐주세요.





누누히 말씀드렸다 시피 일련의 '석유와 석유지질' 포스팅은 비전공자들을 위한 글들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석유탐사분야를 소개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아아, 뭐 그렇군'


정도로 이해를 해주세요.


"무슨 소리야!!! driller는 절대로 외인구단이 아니라고!!!"

"당신이 geophysicist를 무시하는데 말이야"


등등으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네네.

전 그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