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제네바 출장 일기

mmgoon 2012. 9. 25. 20:26

한국-영국-이라크-제네바로 이어지는 출장이 거의 끝나갑니다.

이번 출장은 원래 한 달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출장이었지만 어찌어찌 하다가 보니까 기나긴 출장 여정에 종지부를 찍는 그런 출장이 되었습니다.



두바이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에 다시 일어나서 제네바행 길을 떠났습니다.

잽싸게 하루 동안 속옷들을 빨고 양복을 다리고 해서 짐을 꾸렸습니다. 

뭐 이래도 제네바는 처음이 아니고 게다가 지난번에 있었던 숙소이기 때문에 큰 감동은 없었죠.


공항에서 체크인을 했더니 어헉- 며칠전 아르빌로 갈 때 비행기를 탔던 터미널 1의 같은 게이트더군요.

덕분에 라운지도 터미널 3이 아닌 터미널 1에 있는 약간은 우울하고 번잡한 라운지를 이용했습니다. 

흠흠 에미레이트 골드멤버랍니다.


제네바행 비행기는 15분 늦게 출발을 했습니다.

뭐 비행기 안에서는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늘 보던 의자 늘 보던 프로그램들 늘 먹던 음식들. 

하아- 출장 많이 다닌 티가 나는군요. 

지난 출장들에서 받은 피로가 있었는지 대부분의 시간을 쿨쿨 자면서 제네바로 날아갔습니다. 


공항에 내려서 (제네바 공항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고 (걍 도장 찍어줍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습니다. 

이번 숙소는 지난번에 묵었던 Hotel des Tourelles 라는 곳입니다. 우리 말로 하면 포탑 호텔이죠 -_-;;





아주 오래된 호텔로 방은 작디작고 편이시설은 그저그렇고 아침도 아주  간단한 곳이지만 

위치를 생각하면 저렴하고 무엇보다 회의가 열리는 곳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짐을 풀고 조금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허억- 이게 일요일 저녁이다 보니 식당들이 문을 거의 열지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관광지 한 가운데 있는 이태리 식당에서 와인과 피자로 저녁을 먹었지요. 

참고로 제네바 물가.... 결단코 싸지 않습니다.



다음 날 새벽에 천둥 번개에 엄청난 비가 오는 바람에 일어났습니다.

이거 안그래도 일하기 싫은데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두바이에서 지난 3년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우산을 챙겨서 회의 장소로 갔습니다.

뭐 회의야..... 재미없었죠. 점심식사도 그 자리에 앉아서 샌드위치 먹으면서 계속 떠들었다죠. 



저녁은 파트너사에서 사준다고 합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구름이 걷힌 저녁길을 따라서 구시가쪽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남들은 스테이크를 먹는 분위기였는데 혼자서 오리고기 구이를 먹었죠. 

그런데 구이라고 하면서 꼭 오리고기 찜 같은 느낌이 나더군요. -_-;;; 

오히려 전채로 먹은 생선 스프가 꼭 게장맛이 나서 좋았습니다. 

각각의 요리 이름은.... 모두 불어로 적혀있어서 당근 모릅니다. 흑흑-




마지막 밤이었기 때문에 그냥 집에 가기 그래서 지난 번 왔을적에 갔었던 맥주집에서 2차를 했습니다.



이 가게는 이 집에서 만든 맥주를 파는 곳입니다. 

자리에 앉으면 이쁜 언니들이 와서 (중동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세요) 주문을 받고 바로 그 자리에서 현찰이나 카드로 계산을 하는 집입니다. 

맥주는 블론디와 앰버를 주로 먹는데 개인적으로는 앰버를 강추합니다.

같이 간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 집 프렌치 프라이가 런던 칩스보다 났다고 하던데..... 감자는..... 두꺼워야죠 -_-;;;



그렇게 잠이 들고 일어나니 아침입니다.

일어나서 메일 확인하고 모모 나라에서 고생하는 모모 박사님 상담 해주고 짐을 싸놓고 제네바 거리 산책을 나섰습니다.

제네바는 개인적으로 좋아라 하는 오래된 도시 골목들이 많아서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도시중에 하나입니다.

산책하다가 한국 식당을 2개나 만났는데 가보지 못해서 아쉽네요.


체크아웃을 하고 카운터 아줌마에게 택시 불러달라고 해서 택시 타고 공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제네바 공항 에미레이트 라운지는 처음 와보는데 뭐 단촐합니다. 

공항 자체가 크지 않고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이유인듯 합니다. 

점심으로 쿠스쿠스를 먹고 와인 한 잔 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자, 과연 얼마동안이나 한 자리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집으로 돌아간다니까 기분은 좋아집니다.

뭐 돌아가면 엄청난 일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서도 간만에 익숙한 침대에서 잠을 청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요.


제네바의 흐린 하늘로 비행기 한 대가 올라갑니다.

1시간 40분 후면 내 비행기도 저 하늘로 올라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