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중얼거림

갑자기 커피가 풍년이다

mmgoon 2012. 5. 19. 01:02




이 세상에는 수 많은 요정들이 있고, 녀석들은 대부분 쓸모없는 일들을 하고 다닌다.

예를 들어 출장전 짐꾸려주는 요정같이 쓸모있는 요정은 존재하지 않고, 한꺼번에 일 몰아다 주는 요정같은 별로 필요가 없는 요정들이 꼭 있는 법이다.


이런 녀석중에 하나가 오늘 얘기를 할  커피와 차를 담당하는 요정으로 아마도 내 생각에는 아주 게으른 녀석으로 일단 자주 출몰하지 않는다.


덕분에 어느날 새벽녘이나 조용한 시간에 미치도록 커피나 차가 한 잔 하고 싶을 때 그 흔한 인스턴트 커피도 하나 구할 수 없는 상황들을 우리들은 종종 맞이한다.


녀석은 이렇게 빈둥빈둥 대다가 문득 정신이 들면, 그 동안에 자신의 빈둥거림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대부분의 경우는 불필요할 만큼 열심히 몰아서 일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얼마전에 녀석이 그러니까 빈둥빈둥 버젼이 아니라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일을 몰아서 하는 버젼의 녀석이 내 주변에 나타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수북히 커피들이 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일단, 며칠전에 커피가 떨어져서 평소에 마시는 커피를 새로 한 통 구입했다.


그리고 출장을 다녀오다가 비행기 갈아타는 시간에 잽싸게 스타벅스 1호점을 가서 원두를 구입했다. (그럼 이 집에서 뭐 다른 것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아는 분이 프랑스식 미국커피 (세상에는 이런 것이 있다)를 줬다. 무려 용량이 애들 분유통만하다.


'당분간 커피 걱정은 없겠군' 이런 생각을 하고 오늘 주말을 맞이해서 장을 보러갔더니 절대로 프레쉬한 원두를 로스팅해서 팔 그런 환경이 아닌 우리로 치면 노량진 농수산물 도매시장 옆에 있는 수퍼에서 중동에서 로스팅한 각종 커피들을 팔고 있었고, 사우디에서 로스팅한 거의 백색의 커피 원두를 발견했다. 결국 또 못이기고 500g을 그것도 자제해서 구입을 했다.


겨우겨우 남은 커피통을 찾아서 원두를 붓고 있는데, 이사하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터키 원두 커피 2개가 투둑하면서 떨어진다.


이 순간 '아-' 하면서 알아차렸다. 녀석의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