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캐나다 이야기

카나다 출장 (1)

mmgoon 2012. 5. 10. 08:05

오오, 시애틀 공항에서 무료 인터넷이 되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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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9




지난번에 방문했던 카나다는 겨울이 끝나가는 시점이었고, 주로 에드먼톤에서 있었고, 원래 계획하던 출장도 아니었고 등등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그 도시를 얼마나 사랑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되는 거주기간 대비 사진수로 볼 때, 카나다는 도시에 종류에 상관없이 최하위를 기록하는 도시 중에 하나다.



이번 출장도 전적으로 의도하거나 계획된 그런 것은 아니다. 

뭐랄까 상황이 내가 주도하는 것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위 상황을 주도하는 사람조차도 하는 수 없이 끌려가는 그런 출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떠나는 카나다 이야기.


카나다라는 곳은 우리 나라에서도 멀지만 내가 사는 두바이에서도 먼 곳이다.

덕분에 몇 번인가 두바이에서 카나다를 다녀온 인간들의 증언에 의하면 ‘가서 놀기만 하고 오더라도 피곤한 곳’ 이 바로 이곳이다.



두바이에서 카나다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번처럼 두바이에서 직접 북극항로를 이용해서 미국으로 간 다음 비행기를 갈아타고 하는 방법과, 

유럽으로 날아간 다음 다시 여기서 카나다로 날아가는 방법이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첫번째가 좋다라는 것을 (시간상으로나 거지같은 유럽 항공사들의 서비스를 고려하면) 느끼고 첫번째 항로를 택했다.



일단 출장지인 카나다의 캘거리의 날씨를 살폈더니 뭐? 5월인데 1도에서 2도사이를 머물고 내일은 눈이 내린다고?

일단은 지난 번 스코트랜드에 가져갔던 옷들을 챙겼지만 왠지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짐을 이런식으로 싸고 하이볼을 몇 잔하고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만 한 잔 하고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와서 체크인을 하려고 했더니


“저기 미국행이나 미국경우는 저쪽 다른 카운터에서”


라고 한다.


전 세계를 나름 돌아다닐대로 돌아다녔지만 아직 미국이란 땅을 밟아보지 못한 이상한 이력의 소유자인 나는 (왠지 이 나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 한 번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군’ 하는 마음으로 소위 미국전용 카운터에서 짐을 부쳤다.


카나다에 있는 인간들 얼굴을 떠올리고 중동 특산품이 대추야자를 몇개 구입하고 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오늘 비행기는 널널한 편인데, 문제는 인도애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인도 애들의 특징은 일단 핸드캐리하는 짐의 크기가 어마어마 하다는 것, 새치기 잘한다는 것,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비행시간에 상관없이 바로 의자를 뒤로 휙 젓힌다는 것이다.

아니라다를까 앞에 앉은 녀석 바로 의자를 젓혀 버리는다. 아아-


게다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비행기는 한 시간을 연착해서 출발한다.

간만에 14시간 반 동안의 비행이라서 뭔가 기대되기도 하고 지겨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발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아침식사’를 준다.

두바이 시간으로는 아점이지만 뭐 일단은....

괜찮다. 

차라리 메인밀 보다도 이게 더 맛있는듯 해서 신나게 레드와인과 함께 (아침식사 -_-;;;) 먹어줬다.


워낙 긴 시간이라서 컴퓨터나 할까하고 전원 어댑터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문제는, 이게 워낙 헐거워서 맥북에어의 두꺼운 전원어댑터를 견디지 못하고 빠져버린다. 흠...

결국 동영상은 손으로 잡고 감상을 했다.


자고 있는데 밥먹으라고 깨운다.

그래서 두 번째 식사는 NCIS LA와 함께했다.

원래는 절대로 고르지 않는 메뉴인 인도 스타일 채식 메뉴를 골랐다.


몇 년간의 외국 생활에서 깨닳은 채식주의 메뉴의 특징은

절대로 깔끔한 맛이 아니다. 채식주의자들은 고기를 안먹기 혹은 못먹기 때문에 항상 지방에 대한 갈구가 있고, 이걸 소위 식물성 기름으로 때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혹시나 채식주의자 음식을 먹어야 한다면, 인도식이 최고다. 

녀석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마도 고기를 못 먹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이 음식들을 개발해왔다. 

덕분에 맛이 괜찮다. 

즉, world best vegetarian food는 인도인듯 하다.



그래서 오늘 먹은 음식은


Palak Paneer

tender peaces of paneer stewed with fresh spinach and spices, accompanied with jeera rice and a creamy masoor dal


이었다. 역시나 괜찮은 선택이었다.



Frequency Flyer의 문제는 비행기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대부분 다 봐버렸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별로 추가된 영화가 없어 결국 남겨두었던 티비 시리즈들을 봤다. 진정 오래 날아가는 비행이다.


드디어 시애들 공항에 도착했다.

뭐 미국은 예상했지만 세계적으로 지은 죄 때문에 짐을 찾아서 다시 짐을 부쳐야되는 그런 시스템이다.

약간은 재수 없게 이런저런 검사를 당하고, 여기에다가 설문조사도 당하고, 짐을 다시 부치고, 무려 세번의 지하철을 갈아타고서 카나다행 비행기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국제선이 아닌 국내선의 N 터미널은 완전 시골 분위기다. 

히스로 공항으로 치면 터미널 2의 모습이다.


아직 시간이 많아서 맥주를 한 잔 하고 있다. 뭐 공항은 다 비슷하지 하면서 태어나 처음 도착한 미국을 창문 넘어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