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1월에 노스웨일즈 이야기

mmgoon 2010. 12. 4. 22:10

누군가 11월에 노스웨일즈로 놀러 간다고 하면 정말로 심각하게 “Are you sure?” 라고 물어볼 것이다.

뭐 여름에 아름다운 햇살이 있을 적에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여행지지만 11월의 이 곳은 뭐랄까

해는 아침 8시나 되서야 떠오르고 오후 4시가 되기 전에 어둑해지는

그나마 이 해가 떠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흐린 구름이 그리고 가끔 내리는 차가운 비가 기다리는

그런 곳으로의 여행은 (당신이 나와 충분히 가깝다면) 말리고 싶다.

 

하지만 이게 회사 일이라면 그러니까 출장이라면 달라진다. 단순히

 

“아아- 그 곳, 11월에 가는 것은 미친 짓이라구요”

 

하는 식으로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떠났다가 돌아온 11월에 노스웨일즈.

 

 

 

이번에도 역시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해서 두바이에서 만체스터로 갔다가 차면으로 란두드노 까지 이동을 했다.

 

 

7시간을 날아서 도착한 만체스터 공항. 뭐 자그마한 공항이다. 짐을 기다리고 있는 중.

에미레이트 골드 카드의 위력으로 내 짐은 5등으로 나왔다. ㅋㅋㅋ

 

 

이번에 숙소는 세인트 죠지 호텔. 잉글란드의 수호성인이 왜 웨일즈에 호텔을 여셨는지 –_-;;;;

이 호텔 아침이 죽입니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오들오들 떨면서 바로 인근의 Kings Head라는 펍으로 직행.

아아 간만에 펍이다. 바로 에일을 들이키기 시작.

 

 

호텔로 돌아오면서 찍은 펍과 인근 피쉬앤칩스 가게.

참고로 저 피쉬앤칩스 집 맛있습니다요.

 

 

돌아오는 길도 오지게 춥더군요. 흑흑-

란두드노의 전차는 (위에 사진이 전차역) 겨울에는 운행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 하고 이메일 체크하고 아침 먹으로 식당으로 갔습니다.

아아, 시차가 있으니까 바로 아침형 인간으로 변하는군요 ^^;;

 

 

 

밀크티와 함께 하는 영국식 아침식사. 역시나 푸짐하다는.

밖에는 잿빛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하늘이 있었습니다.

 

뭐 하루 종일 진행된 회의야 별로 쓸 말이 없네요.

정말로 허기가 질 때까지 안되는 영어로 떠들어 댔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러 다시 Kings Head로 직행.

저는 저녁으로 고기파이를 으깬 감자와 함께 먹었습니다.

역시 씁쓸한 에일이 함께 곁들어 졌지요. 후후후

 

 

날씨는 점점 추워져서 영어식 표현인 ‘bitterly cold’가 무슨 뜻인지 온 몸으로 체험을 했습니다.

심지어 11월에 눈이 온다는 불길한 소문도 돌더군요.

 

 

둘째 날도 첫째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을 먹고 흐린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루 종일 회의를 했죠.

회의가 끝나고 영국 친구들이 저녁을 샀습니다.

 

두 세 번 가봤던 Quay라는 음식점이었죠. 뭐 작은 동네라서 출장 다니다 보면 같은 곳에 가게 됩니다.

문제는 정작 초대한 영국친구들은 이곳이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_-;;; 접대의 기본이...

이 집은 전채요리로 홍합탕이 기가 막힙니다. 자연산 홍합이죠.

 

 

돌아가는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에 티비를 (영국식으로 하자면 텔리를) 켜자마자 바로 눈 얘기가 작렬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20년만에 11월에 눈이 내리는 겁니다.

이 나라 눈에 대한 대비가 거의 없는 그런 나라죠. 눈 오면 우리 기준에는 별거 아닌데 바로 휴교 들어갑니다.

당연히 교통은 지옥도가 펼쳐지고요.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진눈깨비가 내리더니 점점 눈으로 바뀌어가고 있었습니다.

 

 

눈을 예상하고 일찍 호텔을 나서서 상대적으로 눈의 영향이 적은 해안가 도로를 달려서 만체스터로 향했습니다.

 



 

진정 winter wonderland 같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저 살던 런던 근교에서는 이런 장면을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 했었습니다.

 

 

결국 2시간만에 만체스터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표를 받아듭니다.

두바이에서 소중하게 마실 에일 24병도 같이 말이죠 ^^;;;

 

 

저 영국 살적에 그리 찾아도 없던 커피 자판기가 만체스터 공항에 떠억하니 있더군요. 지난번에는 없었던 것 같았는데요.

 

 

공항에서 뜨끈한 스프와 에일을 마시니까 몸이 녹더군요.

정작 만체스터 공항은 눈도 없이 맑기만 했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이번 출장도 끝이 납니다.

 

출장 덕분에 저희 집에는 에일이 생겼다는 것이 수확이죠. 그리고 눈풍경을 봤다는 것도 나름 괜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