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쿠르드 이야기

애정지수 급락

mmgoon 2010. 10. 13. 14:19




워낙 절대적인 것이 부족한 인간형인 까닭에 여기가면 그 곳에 빠지고 저기가면 또 그 곳이 좋아라 지내는 타입입니다.

덕분에 영국 살적에는 (비록 지지리 가난했지만) 밀크티와 에일에 빠져서 신나했고,
베트남 살적에는 (비록 미친듯이 바빴지만) 베트남식 커피와 짜다 등등에 빠져서 신나게 살았다죠.
그러다가 한국 돌아가자마자 신도시 지하철 옆 맥주집을 좋아라고 했지요.
그리고 중동으로 와서는 바로 중동식 빵과 달작한 차와 양고기 구이에 빠져서 지내고 있습니다. 역시 고기!!!!

그런데 이곳에 문제는 사람입니다.
비록 차갑고 싸가지 없고 등등인 영국사람들과도 잘 놀았고 (일부 친구로 분류되는 인간들도 있지요)
비록 계산적이고 가볍지만 베트남 사람들과도 잘 놀았고 (역시나 일부는 친구로 남았습니다)
심지어 일관련해서 만나서 개인적인 만남 (그러니까 술마시기 -_-;;;)으로 이어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쿠르드에서는 외국인들을 제외하고 사람에게 빠지기가 어렵습니다.
다르다고 해야하나 전쟁직후라서 그렇다고 해야하나 암튼 관계설정이

1. 처절한 상하관계
2. 서로 이용해먹는 관계
3. 더럽지만 가면을 쓰고 대하는 관계

이상이 나오지 않습니다.

2번과 3번은 어느 나라에도 있지만 이건 외부인들이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도 이런 관계들밖에 설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허무하네요.
어제 님과 이야기를 하던 중에 같이 일을하는 님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진 것을 느꼈습니다.

늙어서 애정지수가 떨어진 것인지, 
중동이라는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인 결과를 극복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 인간이 덜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적어도 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느끼는 요즈음 입니다.
비록 개인적으로 왕이나 하인과 같이 일하지 못하는 성격이지만서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