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지질학/석유와 천연가스

Wellsite Geologist라는 직업

mmgoon 2010. 1. 13. 12:49

생일을 축하해준다고 케이크를 들고온 케빈 아저씨




지질직으로 석유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면 뭐, 처음부터 연구직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현장에서 Jr. Wellsite Geologist로 일을 시작한다.

뭐, 일이라고 하기에는 웃기는 수준이지만 현장 돌아가는 것 알고, 어디 가야 먹을 것 나오고, 

언제 잠깐이라도 중가중간 눈을 붙일 수 있고, 현장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등등을 배운다.


그리고는 결국 operation geologist가 되고, 지나면서 순수지질 보다는 서류정리나 계약 등에 골을 썩는 내 위치까지 오게 된다.


지금은 시추할 때마다 wellsite geologist를 내 밑에 두고 일을 한다.

가끔은 ‘만약’ 내가 이런 wellsite geologist로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일단 이들은 보통의 경우 4주 단위로 순환근무를 한다.

특별히 돈이 급한 경우가 아니면 4주 현장근무를 하고 4주는 집에서 논다.

석유 경기가 괜찮은 경우라면 대부분 개인적으로 인력공급회사를 통해 계약을 맺는다.


내가 생각하는 장점은


-  조직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  상대적으로 순수한 지질 기술자로 남는다

-  개성이 나름 많이 존중된다


단점은


-  경기가 별로이면 진짜 일거리가 없다

-  인생의 반 이상이 현장에서 보내서 결혼생활이 좀 힘들다

-  석유회사에서 자리를 잡기는 힘들다


뭐 이 정도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wellsite geologist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주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동양인들은 상대적으로 시추현장에서 영어라든가 인종문제로 인해서 이 직업을 가지기가 혹은 가져도 단가가 낮은 단점이 있고, 

협동을 잘 못하고 감정적인 한국사람 성격이 이 직종과 잘 안맞는 것 같다.


나도 헤드헌팅 회사에서 제안을 받을 때 대부분은 wellsite geologist보다는 탐사팀쪽으로 제안이 오는 것으로 봐서 동양인들에 대한 수요는 상대적으로 적은 듯 싶다.



방금전까지 같이 있는 wellsite geologist인 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뭐 켄이 첫 wellsite geologist는 아니고 이번공도 첫공도 아니고 해서 대충 이야기해도 서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문득 켄이랑 이야기 하다가 이 직업에 대한 생각이 났다.


참, 이상하게도 2명의 wellsite geologist를 고용하면 꼭 다음과 같은 사람들로 구성된다.


-  wellsite geologist #1: 성격이 강하고, 말도 막하고 독특한 캐릭터이지만 소프트웨어도 잘 다루고 일 하나는 깔끔하게 정리한다.

-  wellsite geologist #2: 성격은 온순하고 주변사람들과 융화를 잘하고 이런저런 살림살이도 잘 챙기지만 이게 거의 컴맹이고, 보고서도 잘 못쓴다.


참고로 켄은 #1 스타일이다 ^^;;

좋은 시추를 위해서는 #1, #2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나저나 이건 무슨 법칙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