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중얼거림

꿈꾸는 작업환경

mmgoon 2009. 10. 20. 19:46




누구나 자신만이 꿈꾸는 작업환경이란 것이 있다.

내 경우는 언젠가 어찌어찌 알게 되서 찾아간 호주녀석네 사무실이었는데, 오래된 집을 겉은 그대로 놔두고 속을 뜯어고쳐서 사용하고 있었다.

당연히 동네 한 가운데 (베트남 이었다) 있어서 이리저리 전선이 엉키고 옆집의 벽들이 보이는 그런 곳이었지만 운이 좋게도 손바닥 만한 뒤뜰이 있었다. 

주로 작업을 하는 거실에서 이 뒤뜰로 이어지는 문은 항상 열어두고 발을 내려서 나름 멋진 햇볓을 구경할 수 있었다. 

물론 에어컨이 없이 천정에 있는 선풍기로 버텨야 하지만...


더군다나 이런 조건이기 때문에 가끔 동네 고양이들이 (베트남 고양이들은 쉽게 만나기 어렵다) 먹을 것이나 애정을 달라고 문가에서 빙빙돌기도 하고 

녀석의 고양이는 거실 한 쪽 구석에서 잠을 자고는 했다.


그에 비해서 나는 원래 인간이 제대로 살기는 힘든 두바이에서 최신식 건물에 24시간 경비시스템에 에어컨이 펑펑 나오는 그런 환경에서 

중동이라서 뭐랄까 큐트하고 사랑스러운 것들은 모두 제거되는 그런 환경에서 일을 하거나 

쿠르드에 정말로 암것도 없는 시추현장에서 컨테이너를 전전하면 살고 있다.
당근 동남아가 주는 느긋한 냄새라든가 빈둥대는 고양이라든가 출근하다가 간식거리를 사오는 비서 등등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다. 


이런 얘기를 하자 간호사 출신의 비서인 지베스양은 


"하지만 저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보단 좋죠"


라는 약간은 재미 없는 대답을 한다. 


역시 온 인류를 끌어 안기에는 부족하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꿈꾸는 작업환경과는 멀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면 아까 호주녀석 사무실에 있었던 '고양이' 들을 귀엽고 발랄한 '여자아이'들로 치환을 하면 더 좋을듯 하기도 하다. 

뭐 어짜피 고양이나 여자아이들이나 불가능 하기는 마찬가지이니까. 


아아- 중동에 오래있기는 하는가 보다. 

이런 식으로 생각이 진행되는 것을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