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30일 토요일 11:37분 (한국시간)
뭐랄까 인생의 조그마한 틈같은 그러니까 조용하고 좁은 틈 같은 골목에 의자가 놓여있고,
맑은 햇살과 바람이 불어서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그리고 한 모금의 물 정도도 마실 수 있는 것 같은 그런 시간이다.
요컨대 출장을 떠났고, 익숙한 인천공항에 와서 출발 게이트 앞에서 빈둥대면서 얼마전까지 나츠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페이퍼백을 읽다가
(고맙게도 하드바인드와 페이퍼백 둘 다 팔고 있었다) 문득 사진을 몇장 찍고 마음이 들어서 글을 끄적이고 있다.
아직도 출발 시간은 조금 남았고, 사람들도 얼마 없고 적당한 공항의 소음이 있어서 왠지 슬슬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번 주 내내의 시간은 무기력감에 둘러싸여 지냈었다.
실제로도 몇몇 급한 이메일과 전화는 했지만 창조적인 생각이라고는 들지 못해서 글도 못썼고 몇몇 했었어야 하는 일들은 지지부진했었다.
그러다가 공항에 오자 그런 마음이 싸악하고 해결이 되는 느낌이다.
마치 마땅히 여기 공항에 일찌감치 와서 출장을 떠났어야 되는 운명을 거부하고 공연히 한국에서 뭉기적 거리면서 시간을 낭비한 그런 느낌이다.
방금전에 배가 고파서 머핀을 먹고 (인천공항에서는 머핀만 먹는 것 같다) 문득 공짜 무선인터넷이 있어서 글을 올린다.
네이버 카페 옆에서는 공짜 인터넷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번에 돈을 주고 사용한 인터넷 보다 속도도 빠른 것 같다. 아아 새로운 발견이다. 혹시나 나만 모른 것은 아니겠지 -_-;;;
이전에 베트남에 살적에는 끽해야 5시간의 비행이었고, 그 전에 영국 살적에도 돈이 없어 한국은 꿈도 못꿨으니 대부분의 비행시간들은 5시간 이내였다.
그런데 이라크 사업을 맡은 다음부터는 10시간 이상의 비행이 아에 일상이 되어버렸다. 마일리지는 퍽퍽 늘어나지만 덕분에 내 엉덩이는 점점 납짝해지는 느낌이다.
이번에도 프랑크푸르트까지 12시간을 날아가서 다시 비엔나로 날아가고 다시 아르빌로 날아가야 한다.
그래도 비행기는 747이라서 기대를 하고 있고 (개인 모니터 있겠지 후후) 부디부디 대한항공이 영화프로그램 새것을 바꿨기를 바란다.
솔직히 지난 영국출장시에 다 보고 심지어 다큐멘터리도 얼추 봤다.
곧 타고 떠날 비행기
이제 글을 올리고 조금 더 이 적당히 즐거운 시간을 만끽할 예정이다.
이번 여행도 즐겁게.... 생각해보니 출장이군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