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러니까 오늘은 뭐랄까 당황스러운 일들이 많이 일어난 날이었다.
아침에 메일을 한 통 받았는데, 내용인 즉슨 '무슨무슨 포인트가 있으니 3월까지 사용하라' 라는 내용이었다.
덕분에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나서 최신곡을 벨소리로 받았다.
그러고 있는데 본부장이 불렀다.
이거저거 보고하고 (그렇다 생각해보니까 이번 주 일요일에 카나다를 간다) 있는데, 전화가 왔다.
"베이비 원 모어 타임~ 쿵짜락 쿵짝 쿵짜락 쿵짝"
약간 뽕기가 섞인 쥬얼리의 최신곡이 고요한 본부장실을 울려댔다.
"너도 벨소리 다운을 받냐 -_-*"
"아녀 그게 오늘 처음으로..."
"앞으로는 과장 체면을 생각해서 클래식을 받도록 해"
"넹 -_-;;;;"
본부장실을 나오는데 비서가 실실 웃으면서 쳐다본다.
갑자기 회사 다니기가 싫어진다.
결국 조용히 오전을 보내고 점심을 먹고와서 빈둥대고 있었다.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김과장? 나 인사팀장인데 잠깐 볼 수 있나?"
생각해보면 이 회사를 위해서 잘 한 일이라고는 별로 없고,
게다가 진급은 아주 먼 미래의 얘기 이기 때문에 도무지 생각을 해봐도 인사팀장이 나를 만날 일이 없었다.
신기해하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래, 김과장 거기 앉지"
"넹"
"내가 얘기 들었는데, 대단하네. 자네같은 직원이 있어서 ... .... ..."
"무슨 얘기신지 -_-;;;;"
"이번에 이라크 간다고 지원했다면서?"
"허억~"
지난번에 술 먹다가 이라크 담당 부장이
"이라크 갈래?" 하길래
"웃웃하하- 장난 하시나염? 혹시나 골프장 생기고, 맥주바 20개 이상 생기면 함 생각해보지여"
했었는데, 아마도 이 인간이 골프장과 바는 잊어버리고 맨 뒤에 '생각해 보지염' 이 부분만을 기억하고는 인사부에 떠는 것 같다.
겨우겨우 인사팀장에게 '이라크엔 아직 골프장이 없다' 와 '일단은 저는 바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를 설명하고 인사부를 황급히 나왔다.
열 받아서 씩씩거리고 엘리베이터 기다리는데, 또 전화가 "베이비 원 모 타임~" 한다.
왠지 전화벨 소리를 듣자 (불쌍하게도 곧 클래식으로 바뀔 것이다) 힘이 죽 빠진다.
결국 오늘 하루는 본부장에게 쪽당하고,
인사부에서 이라크 갈 뻔 했다.
에휴~
그런 하루다.
그나저나 이라크 보내면 어떻게 한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