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중얼거림

쵸코파이라는 존재

mmgoon 2013. 4. 24. 23:19




저녁을 먹을까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넣어두었던 쵸코파이를 꺼내서 우물거리면서 먹었다.

역시나.... 맛있다.


이 쵸코파이는 참으로 이상한 존재인듯 하다.

뭐랄까.... 한 마디로 하자면 '특수상황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나서 자라면서 주변에는 끊임없이 쵸코파이라는 존재가 있었고, 물론 수 차례 그것을 먹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맛있다' 라든지 '오오 대단해'와 같은 감탄을 한 적이 없다. 

대부분은 '으음 이게 왜 여기에 있지?' 하는 마음으로 그리 큰 마음을 먹지 않았다.


그러다가 쵸코파이라는 존재의 진가를 발견하는 곳이 바로 군대이다.

훈련소에서 마지막 주에 특별히 허락되어서 PX라는 곳에서 구입된 쵸코파이. 

허겁지검 입으로 넣었을 때 머리속을 울리는 그 전기같은 떨림.


그렇지만서도 이 존재감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아서 거의 제대와 함께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제 나이를 먹고 다시 세상을 돌고 돌아서 중동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 나는 다시 쵸코파이라는 존재를 느낀다.

두바이의 수퍼에서 파는 국산 쵸코파이를 사서 찬장에 두고 가끔 이렇게 우물거리면 '오오' 하는 소리가 날 만큼 맛있다.


'한국 사람이니까 쵸코파이가 맛있지'


하기에는 솔직히 그닥 최고의 쵸컬릿도 아니고, 대단한 마시멜로도 아니고, 빵도 평범한데

이것들이 합쳐져서 만든 쵸코파이는 존재감이 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거의 100% 이런식으로 먹지는 않겠지만 중동의 쵸코파이는 맛있다. 으음 나름 특수상황인 것인가.

암튼. 오늘 저녁에는 맥주랑 쵸코파이랑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