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두바이 이야기

너무나 두바이스러운 퇴근길

mmgoon 2013. 3. 5. 02:02

간만에 칼퇴근 분위기인 오늘이었지요.

바로 뒤도 않돌아보고 짐을 착착 꾸려서 지하로 가서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하 2층에서 올라와 지상으로 올라가려는데 어헉- 원래는 차량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열려야하는 지하 주차장의 차단기가 작동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앞에 차가 몇번인가 앞뒤로 이동하면서 센서를 작동시키려고 해보고 나도 내려서 들어오는 쪽에 대고 리모컨을 몇번이고 눌러도 차단기는 꿈쩍도 하지 않더군요.


이러고 있는 중간에 뒤쪽으로는 차들이 주우욱 줄을 지어 섰습니다.

운전자들이 나와서 상황을 확인하고는


"하아- 이새끼들 어제도 이러더니만"

"아까 확인 했더니 고쳤다더니만"

"아까 바로 제 앞에 차까지는 작동했다니까요"

"지난 번에도 이렇게 두 시간 같혀 있었는데. 아이씨"


등등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나오는 운전자들. 오른쪽의 제 애마 금순이가 보이는군요.


일부는 건물 경비원을 부르러 갔고, 사람들은 담배도 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까를 논의하는 분위기가 되었다죠.

결국 경비원 녀석은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어슬렁 거리면서 다가와서는 대충 상황을 보고는 '아, 이 상황을 모면해야겠군'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이야기도 없이 무전기에 뭐라뭐라 하면서 멀어져갔습니다.


"저 경비가 뭘 하겠어?"

"기껏해야 이 차단기 설치한 회사에다 전화나 하겠지"

"야야 그 정도 하면 대단한거야"


대충 그 녀석이 제대로 전화를 한다고 해도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기사가 출동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짜증이 오를대로 오른 사람들은 결국 


"혹시, 스패너 차에 있는 사람 없어요?"

"이건 누가 해결해줄 일이 아니야"


등등의 이야기를 나눴고, 누군가가 스패너를 가져왔고 (이걸 왜 차에 넣어두고 다니는지 -_-;;;), 모두 남자들이니까 으싸으쌰 모여서 차단기를 분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몰려가는 남정네들.


바로 분해를 시작하는 남자들.



모두 모여서 일부는 스패너로 볼트를 풀고 일부는 차단바를 잡고 흔들고 해서 약 10여분 후에 분해(?)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모두들 기뻐하면서 분리한 바를 저쪽으로 치워놓고 차에 시동을 걸고 다시 각자의 퇴근길로 향했다지요.


아마도 내일 아침에 온 기사녀석은 이렇게 말하겠지요.


"아무리 검사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어요"

"도데체 왜 이 바는 분해한 거에요"

"혹시나 또 문제가 있으면 아무때나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하는 말을 남기고 아무것도 고치지 않고 집으로 갈겁니다.


중동살면 말도 안되는 일들에 기가차는 상황이 하도 많아서 이제 일일히 화내는 것도 지쳤지만 오늘은 아주 전형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뭐 역시나 두바이를 움직이는 것은 expatriate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상황이었다죠.


암튼 너무나 두바이스러운 퇴근을 한 오늘입니다. 맥주나 한 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