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중얼거림

휴대용 애완

mmgoon 2012. 10. 18. 16:06



머리 위에는 원래는 에어컨이었으나 그 기능을 포기한 선풍기가 윙윙 소리를 내면서 돌고 있고,  

주말을 기다리는 아르빌의 사무실은 고요한 시간만이 흐르고 있다.


아침에 사무실에 와서 이런 저런 이메일들을 정리하고 또 몇개는 답장을 또 몇몇 이메일들을 보내고 아침에 타온 커피를 홀짝인다.

왠지 이대로 아무일도 없을 것만 같은 공간안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만약 이럴적에 고양이 한 마리라도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계속적인 관계를 만들어낸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라크에 근무하면 문득문득 혼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설사 옆방에 사람이 있다고 해도 뭐 일하는 내내 나는 혼자이고, 특성상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다가 오늘처럼 진정 아무도 없는 상황이 시작되면 굳이 인간사이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뭔가 일과 관련없는 관계를 가지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그래서 생각나는 것이 사무실에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이다.

개는 왠지 부산스러울 것 같고, 고양이 한 마리 정도가 조용조용이 어슬렁거린다면 일에 크게 지장도 없을 것 같다.

그러다가 하루 일과가 끝나면 숙소로 데리고 가서 물도 주고 밥도 주고 하는 식의 관계말이다.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이라크가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 예멘에 파견을 갔을 적에 호텔에서 지냈는데, 문을 닫으면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길거리에서 빈둥대고 있는 고양이 녀석들을 바라보면서 


‘한 마리 잡아다 호텔에서 데리고 놀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냥 들어보면 간단할 것 같지만 이런 관계를 만드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완동물들이 국가간을 이동하는 것은 어떤 면으로 보면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렇다고 현지에서 한 마리 구해놓는다 하더라도 내가 없는 동안 누군가 돌봐야 하는 문제도 있고,

또 한 마리 구한다고 하더라도 주변에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녀석이 내가 꿈꾸는 그런 개체가 될 가능성이 낮기도 하다. 


결국,

이런식의 휴대용 애완의 관계는 아직 내게서 먼 일이다.

이런 것을 두고 


“당신은 관계를 만드는데 어설퍼”


라고 한다면 왠지 할 말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누군가 혹은 어떤 존재가 지금 내가 있는 공간의 공기를 갈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