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두바이 이야기

한류의 혜택을 보다.

mmgoon 2012. 5. 29. 23:20



중동에 살면서 종종 한류를 느낍니다.

예를 들어 얼마전 순전히 UAE 팬클럽의 힘으로만 제국의 아이들의 공연이 있었다든지, 쿠르드에서 허준이 끝났다고 애도 플랭카드를 길에 걸었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아, 뭐 인기가 나름 있군' 


정도의 느낌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소위 이 한류의 혜택을 보게 되었으니....



두바이 아파트에 입주를 하면 우리나라와 같이 전화와 인터넷 등등을 신청하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선택'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 식으로 말하자면 산본은 LG, 은평구는 KT, 종로구는 SK 하는 식으로 각 회사들이 적당히 자기의 영역을 나눠 가지고 경쟁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서비스의 질이라든가 인터넷의 스피드라든가 하는쪽에서는 영 딸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집으로 이사오던 날 우리 아파트를 담당하는 회사인 etisalat에서 이런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이 트리플 패키지로 하려구요" (이게 젤 싸다)

"아아 그럼 채널은 웨스턴, 아시안, 중동 어떤 타입을 선택하시렵니까?" 


웨스턴은 영어로, 아시안은 인도어로, 중동은 아랍어가 나오는 것이니까 선택의 여지 없이


"웨스턴이지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기 혹시나 KBS World는 없나요?"

"네? 잠시만... ..... 없네요"

"아, 그럼 혹시나 비용을 더 내고 추가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여길 뭘로 보는거야? -_-*)"


이런 이유로 차라리 BBC World나 NHK World를 보게 만드는 아리랑이 포함된 패키지고 그 동안 티비를 시청해왔다.

슬슬 영어만 나오는 아리랑이 지쳐가고 BBC의 아나운서들이 친근해질 즈음에 신문에서 뉴스를 봤다.


'한류의 영향을 받아.... 이제 우리 회사도 한국과 전략적 관계를.... 그러니까 etisalat에서 KBS World를 방송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채널 리스트를 봤더니 오옷! 한글이 들린다!!!

간만에 한글로 앞에서 누군가가 떠드니까, 그 내용이 "이제 우리 헤어져요" 등등의 내용일지라도 나름 즐겁다.


그나저나 지금 하는 드라마는 장근석이 나와서 문근영과 같이 찍은 그 드라마인줄 알고 한참 봤더니, 소녀시대 소속의 언니 아마도 윤아가 나오네. 그럼 다른 건가?


암튼 한류 덕분에 지금 한글로 말하는 티비를 본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