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예멘 이야기

마나카에 놀러가다

mmgoon 2007. 12. 31. 18:08

예멘에 있는 동안 노는 금요일에 (여긴 금요일이 우리의 일요일이다) 마나카라는 곳으로 놀러 갔다.
마나카는 해발 3000미터에 위치한 예전 도시다. 

예멘 국내 관광객들에게는 알려졌다고 하지만 솔직히 이곳까지 가는 외국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이 곳이 선택된 이유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심심하니까 한 번 다녀오자' 라는 그런 이유에서 였다.







사나에서 마나카까지는 차로 약 2시간여가 소요된다.
회사 운전기사인 파이잘에게 얼마간에 돈을 주고 휴일날 추가 근무를 시켰다.
파이잘 녀석이야 (27세 아내 2명 -_-;;) 까트(Qat)살 용돈이 생겨서 좋고 등등으로 기쁜 마음으로 호텔로 차를 몰고 왔다.


"그 동네 까트가 질이 좋다구요. 더군다나 고원지대라서 최고죠"


녀석의 말에 의하면 최고의 까트는 경치가 좋은 고원에서 씹거나 고원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면서 씹는 것이란다





마나카가지 가는 길은 예멘의 고원지대가 다 그렇듯이 황량하다.
굽이 굽이 산길을 올라서 가노라면 곳곳에 작은 집들이 보이고...
지나가는 동안 2개의 검문소를 통과한다.



마을에 도착하자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이 마을에 있는 식당에서 (관광지임에 틀림이 없는 증거다)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 북을 두드리면서 칼춤을 추고 있었다.
도무지 저정도 스케일로 누가 모일지 궁금했다.




"예전에 이 오랜도시로 통하는 길에서 입장료를 받았었는데요 지금은 안받아요"
"왜?"
"그게 그 입장료의 분배를 놓고 인근 두 마을이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여럿 죽었거든요"
"그래?"
"그래서 이제는 아무도 안받기로 약속했다죠 아마"


역시나 한심한 나라다.

산봉오리위에 놓인 마나카는 아름다웠다. 

뭐 가까이 가면 똥이니 비닐봉지들이 가득하지만 아직도 그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그런 곳이었다.








문제는....

이게 의외로 작아서 한시간도 다 못되서 모든 도시를 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를 돌아보고 있는 사이에 운전사인 파이잘은 벌써 까트를 한아름 사가지고 만면에 웃음을 띄면서 온다.







암튼...
차를 타고 인근 마을로 나와서 식당으로 향했다.
경치좋은 방에 둘러앉아서 예멘식 음식을 먹었다.
예의 그 카레탄 고기국물과 걸레빵과 양고기와 감자요리와 밥이 곁들어진다.
맥주 한잔 했으면 느끼한게 내려갈 것 같지만 그런것... 없다. 그냥 콜라로 버텼다.





밥을 먹고 후식으로 단 빵과 차를 마시는데 저쪽에서 파이잘은 까트를 다듬고 있다.
까트의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돌아오는 길 내내 파아질은 까트를 씹으면서 즐거워하고 있고, 굽이굽이 산길 경치 좋은 곳에서는 차들을 세워놓고 사람들이 까트를 씹고, 

어린아이들은 길가에서 까트와 생커피(과육을 씹어먹는데 새콤하고 맛있다)를 팔고 있다. 심지어 검문소 군인들도 볼에다가 하나씩 까트를 씹는다.

뭔가 예멘적인 상황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들려서 총을 넣어두고 (참고로 예메에서 어디 갈적에는 총을 휴대해야 하지만 시내에선 가지고 다닐 수 없다) 호텔로 와서 햇반과 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과연 오늘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