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쿠르드 이야기

이 세상에서 조용한 곳

mmgoon 2009. 5. 9. 20:13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석유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야 한다.
뭐 외부적으로는 "이러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러 이러한 기술적인 분석과 유수의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였고 이 것은 신기술인 ㅇㅇ와 접목시켜..." 등등의 얘기를 하겠지만
실제로는 자료들을 싸들고 어딘가 조용한 곳에 가서 자료들을 좌악 펼쳐놓고 이런 저런 망상과 공상과 추론과 등등을 그러니까 혼자서 생 난리를 떨면서 시추위치를 결정하는 편이다. 당근 이런 시기에 옆에 있는 것은 정신적/육체적으로 좋은 일이 아니다.

덕분에 소위 '조용한' 곳을 찾는 것은 내게 중요하다.
혼자 온갖 멍청한 생각을 하고 생 난리에 x랄을 떨어야 하고 시간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있을 적에는 주로 시추선이나 플랫폼을 사용했다.
적당히 높은 위치고 게다가 company man이니까 '제게 왜 왔지?' 정도로 생각을 하지 옆에 와서 귀찮게 하는 넘이 없다.
게다가 하루 4번 밥도 나오고 간식도 나오고 몸이 찌부등하면 헬기 착륙장을 걸어다닐 수가 있다.
무엇보다 이게 바다위에 외딴 섬이기 때문에 밀려오는 중압감을 이길 수 없다고 화악하고 바나 술집으로 가서 인생을 잊을 수가 없으며 게다가 심심하기 때문에 뭔가를 해야한다.

이번에는 이라크 쿠르드에 있는 안가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 여기 숙소에는 경호하는 패트릭과 밥해주는 달리아 아줌마 밖에 없고, 당근 이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
게다가 달리아 아줌마가 시간 맞춰 밥도 해주고, 마치 시추선 마냥 어디 나갈 수도 없다. 바에 있었던 언뉘들도 없고 당근 무지 심심하다.

자료들을 앞에 펴놓으니까 미친듯이 하기싫은 마음이 마구 밀려온다.
뭐 일단은 조용한 곳 찾는데 성공을 했으니 낮잠이나 자버릴까...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