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중얼거림

간만에 드는 어딘가 숨어 있다는 기분

mmgoon 2009. 4. 29. 04:03


그 동안의 출장은 이런 저런 이유로 대부대를 인솔하거나 님들을 모시고 다니는 식의 출장이었고, 이라크의 특성상 뭐 개인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었다.

그러다가 간만에 진짜로 간만에 지극히 정상적인 나라이고 잘 아는 영국에 와서 신나게 4시간을 운전하고는 지금은 Crewe Bathormely라는 곳에 있는 트래블로지에 한 방에서 또 진짜로 간만에 베이비복스의 제3집을 듣고 있다.

도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곳은 정말로 middle of nowhere다.
덕분에 간만에 세상에서 슬쩍 벗어나서 어딘가 숨어있다는 기분이 든다.
뭐 내일 아침부터는 다시 차를 몰고 업자들과 회의를 하고 그 친구들이 잡아주는 숙소에 묵을 예정이지만은 암튼 간만에 드는 이런 기분을 즐기는 중이다.

베이비복스의 노래도 좋고...
생각해보면 내 두번째 차인 은회색 아반테에서 2001년 영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테이프로 신나에 쿵쾅대면서 들었던 노래들이다.
그 이후로 진짜 많은 노래들이 나왔듯이 내게도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생겼다.
그런 일들을 통해서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제는 아이튠즈로 같은 노래들을 듣지만 뭐랄가 감정은 비슷한 것 같은데. 역시나 나는 겉으로만 늙은 척 하는 것뿐이고 속은 그닥 성장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뭐 그렇다고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니까....

암튼 하루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기 저 수풀속에서 즐겁게 지내는 들쥐처럼 혼자서 빈둥대는 시간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