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쿠르드 이야기

쿠르드에 호랑이가 산다고?

mmgoon 2009. 3. 30. 13:49




쿠르드에서 야외지질조사는 이런저런 제약이 따른다. 

대부분은 안전에 관련된 것들이다.


"아아 미스터킴 거긴 지뢰밭이라구요"

"아아아 미스터킴 그 곳에는 클러스터 폭탄이 많아서"

"아아아아 그 동네 애들이 살벌해서(?)"

 

등등의 비과학적인 이유로 조사가 불가능한 곳들이 나름 있는 편이다. 

하기사 누가 지뢰가 숭숭 박혀있는 곳에서 주향경사를 잰다든가 화석을 찾아본다든가를 하고 싶겠느냐마는... -_-


암튼 이런 덕분에 내가 계획하는 조사 루트를 미리 지뢰전문가나 보안업체와 상의를 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고 작업을 수행한다. 

흠흠 스스로 생각해도 착하고 이성적이다 (응?)


그러던중에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어떤 곳에 가고 싶었다.


"자자, 그러니까 여기를 가고 싶어"

"어디여? 좌표 불러줘보세염"

"그니까 ... ... 이야"

"어헉- 이곳은!!!"

"왜?"

"여기는 안됩니다. 절/대/로/"

"왜?"

"여기는 호랑이가 출몰하는 곳에다가 지뢰밭이라지요"

"무슨 호랑이. 게다가 지뢰표시도 없는데"

"아아 정말이라니까요. 얼마전에 지뢰를 밟아서 발이 날아간 호랑이가 발견된 그런 곳이에요"


지뢰를 밟은 호랑이라. 호랑이와 지뢰의 존재를 둘 다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이지 않을 수 없어서 결국 가기를 포기했다. 

뭐냐 그 멍청한 호랑이 녀석은 지뢰나 밟아대고 -_-;;;


그나저나 호랑이는 숲속에 사는데 나무라고는 별로 없는 쿠르드에 어떻게 녀석들이 사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야, 그나저나 호랑이 맞아? 쿠르드에 호랑이가 산다고?"

"아아 맞다니까여. 정말로 호랑이가 있다니깐요"

"아니 보통 호랑이는 밀림에 사는 거 아닌가?"

"아아- 뭘 모르시네. 이 동네가 예로부터 호랑이로 유명한 곳이에요"

"그런가?"

"그럼여. 멀리서 봐도 선명한 점/박/이/ 무니가 보인다니까요"


점박이.

언제부터 호랑이가 땡땡이 무늬로 그 위용을 자랑하고 다녔단 말인가. -_-;;;

그렇다면 내가 나온 학교 앰블럼도 점박이 무늬고 바꿔야 한단 말인가...


암튼, 쿠르드엔 점박이 호랑이가 산다고 합니다. 

기회가 되면 사진이라도 찍어서 올립지요. (무슨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