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는 무슨 유후냐.
아르빌 공항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장장 50분이나 연착을 해서 비행기가 이륙을 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옆자리에 세 아이들이 막내를 시작으로 해서 울어대기 시작을 했다.
게다가 주변에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이런저런 식의 아이를 달래는 방법들을 토론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별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르빌에서 비엔나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최종 목적지가 비엔나인 사람은 거의 없다.
덕분에 비행기에 탄 사람들은 대개 한시간 정도 밖에 없는 트랜짓 시간에 엄청 신경을 곤두세운다.
뭐 어짜피 나야 대한항공이 내일이나 없으니 마음을 아에 비우고 농협호텔에 둥지를 틀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승무원들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저기 런던 가는데요. 가능할까요?"
"일단은 최선을 다해 달리고 아니 날아가고 있으니까요"
"아아 프랑크 푸르트는요?"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해야지요"
등등의 이야기가 오고갔다.
아르빌로 날아오는 비행기들은 절대로 아르빌 공항에 머물지 않는다.
덕분에 대충 비행기 도착시간에 50분 정도 더하면 출발시간이다.
그러니까 올때 오후4시에 도착을 했으니까 떠날때에 출발시간은 4시50분이다.
50분간 손님 내리고 비행기안에 대충 치우고 바로 손님 받아서 출발이다.
하기사 누가 아르빌에 오래 머물고 싶겠나.
또 대충 비행기 타는 사람들이 나처럼 석유회사와 연관있는 사람들, NGO들, 공무원 무리들 정도로 일정하다.
뭐 암튼 이런식으로 하다보니까 왠지 시외버스 같은 느낌이 되는데, 오늘도 기장이
"뭐 어쩌다 보니 늦어졌지만 함 달려보렵니다"
하고 방송을 하고는 열심히 달리고 아니 날아간 결과 달랑 15분 늦게 도착을 했다.
내려서 보니까 비가 줄줄 온다.
비오는 초겨울의 유럽은 한 마디로 '우울' 그 자체이다.
뭐 금요일 밤이라서 뜨거운 밤을 보내는 일부 젊은이들이 도시 어느 곳엔가는 있겠지만
피곤에 쩔고 대충 공항옆에 있는 호텔에 자리잡은 (불쌍한) 김과장에게 금요일 밤은 완전 적막강산이다.
조금 있다가 맥주나 한 잔 하러 나가는 것 정도가 위안이 된다.
소원이 있다면 지금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베트남 붕타우에 열대에 바람이 불어오는 거리가 펼쳐지고 너무가서 익숙해진 바들이 줄줄이 서있는 그런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다.
석유는 ㅅ자도 모르는 신출내기 사장이 앞에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더니 뒤돌아서는 '뭐야 월급이 너무 많아'라고 했다던데
썅- 제안을 받아들여서 베트남으로 옮겨버릴까 하는 마음이 거의 목까지 차올랐다가 내려간다.
외로워도 슬퍼도 출장비는 당황스러워도 (아니 어떻게 이라크 출장비가 영국 출장비보다 적단 말인가) 자존심은 지켜야 하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럽에 오니까 소위 유럽의 우울이 자꾸 주변을 맴돈다.
맥주나 마시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