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쿠르드 이야기

처음 가는 이라크 이야기 (6) - 음식 이야기

mmgoon 2008. 6. 25. 00:22

지금까지의 글들을 읽어보면 이번 출장은 완전히 비극으로 점철하는 것 같은데... 좋은 점도 있다.
좋은 점을 쓰자면.... 바로 음식이다.

이게 그러니까 쿠르드는 다른 아랍세계와는 달라서 음식이 의외로 우리랑 비슷한 점이 많다.
예를들어 쿠르드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밥'을 먹여야 음식을 먹는 것으로 친다.
식사문화도 음식들 가운데 모아두고 밥이랑 반찬등등을 퍼서 나눠먹는 식이다.
물론 중동식의 향료가 쓰이지만 양고기 요리방법 등등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

두번의 초대가 있었는데,

첫번째는 우리 현지 변호사가 초대한 저녁이었다.
갓 구운 빵과 신선한 야채 샐러드가 곁들인 오늗의 저녁은 쿠르드식 생선구이요리 였다.
나와 변호사가 밖에 있는 수조로 나가서 헤엄치고 있는 붕어들 중에서 (쿠르드에는 호수가 많다) 두 마리를 고르자 아저씨가 뜰채로 솜씨 좋게 쉭쉭 꺼내서 보여준다.

"맘에 드는군여" 했더니 (실제로 50cm 정도에 커다란 넘들이다)
"그럼 바로 요릴 하져" 


하면서 슉슉 비늘과 내장을 제거하고 반으로 쪼갠 다음 숯불에 구워준다.

숯불에 구운 부어를 양파, 레몬, 토마토등을 곁들여서 먹으니까 너무 맛있다.


우리나라 붕어랑 똑같이 생겼다





두번째는 오늘 점심이었는데, 슐레이마니아에서 그러니까 방호를 담당하는 분 (대통령의 조카정도 된단다)의 초대로 먹은 

그러니까 우리식으로 치면 안기부 안가에서의 점심이었다.

의외로 분위기는 부드러워서 농담따먹기도 하고 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아아... 이게 장난 아니게 화려하다. 

솔직히 아르빌 총리실 영빈관 음식보다도 훨씬 맛있었다. 

특히 그 양다리 요리는 거의 죽음과 같이 맛있었다.

게다가 쿠르드 사람들 모슬렘이긴 하지만 그리 심각하지 않아서 변호사 녀석은 시익 웃더니 와인 시켜서 나랑 먹었고, 슐레마니아 아저씨들은 


"난 개인적으로 돼지고기 좋아해." 

"고기는 돼지고기지. 부드럽거든" 이라든가 

"지난번에 멧돼지 사냥을 했는데..." 


등등의 이슬람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멘트를 날린다.

이렇게 쓰고나서 문제를 생각해보니까 사진을 하나도 못 찍은 것인데,
변호사와의 식사에는 너무 정신없이 나가느라 사진기를 가지고 가지 못했고,
오늘 점심은 도무지 사진끼를 꺼내 찍어댈 분위기가 아니었다. 안기부였다니까....-_-;;;
게다가 중간중간 님께서 전화를 받으시는데 순가 우리를 향하시고

    "모두 기뻐합시다. 그 동안 속썩이던 반대파 녀석을 드디어 사살했습니다"

등등의 멘트를 날려주셨기 때문에 걍 배 터지게 주시는 음식만 먹어댔다.

암튼 오늘은 맛있는 음식 먹어서 즐거웠다는 얘기.
그리고 무사히 아르빌로 돌아왔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