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IT와 인터넷

나의 넷북 이야기

mmgoon 2013. 8. 18. 02:36



지난 5년간 줄기차게 사용을 했던 회사 노트북을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다. 


솔직히 마음을 먹었다기 보다는 그 동안 아답터 3회, 키보드 2회를 교체하고, 하드 전체 포맷을 5회를 해왔고, 

이제는 LCD 베젤은 금이 갔고, 키보드의 왼쪽은 떠있으며, 

부팅을 하는 동안 같이 전원을 넣은 맥에어로 메일 검사하고 대충 답장하고, 인터넷 보고 있을 수 있는 막강한 시동시간을 보여주며, 

이미 하드는 90% 이상의 사용을 보여주고 있어서 얼마전에 업무용 자료를 외장 하드로 옮기고, 모든 사진도 맥으로 옮기고, 모든 노래도 맥에서 관리하게 만들었던, 

게다가 트랙패드는 클릭 스위치가 고장난 상태 등등 5살짜리 노트북이 보여줄 수 있는 (그리고 예상되는) 상태의 노트북이 

이제는 키보드가 자기 마음대로 1/3정도 쉬어가면서 일을 하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아아 이걸 어디서부터 손을 대나' 


하는 마음에 이런 마음을 먹은 것이다. 

결국 이런 식으로 나와 같이 이라크 사업을 시작한 이 노트북을 드디어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고, 새로운 노트북을 구입하기로 했다. 


뭐새로운 노트북이야 큰 감흥이 없다. 

회사 노트북이니까 완전히 특별한 기종일 이유가 없고, 맥일 이유도 없고 (아아- 맥북 프로 사고팠는데) 등등. 

사양을 살펴보니 윈도우 8이다. 

아아- 이런저런 곳에서 욕을 얻어먹고 있다지만 PC 노트북을 구입하면서 선택의 여지는 없는듯하다. 

하기사 지금 노트북의 비스타도 내 선택이 아니었지 -_-;;;


다음 주에 도착할 노트북을 떠올리다가 문득, 우리 집에 있는 그러니까 울 회사가 기념품으로 한 4년전 쯔음에 나눠줬던 넷북이 생각났다. 

회사에선 회사 노트북을 사용하고, 집에선 맥을 사용하는 나는 도무지 이 넷북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서 한 동안 구석에 쳐박혀 있었다. 게다가 회사에서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를 해서는 아니된다.'


라는 엄명(?)이 있어서 녀석은 한 동안 이런식으로 (넷북이라 화면도 작고, 느리고, 하드 열라 작고, XP가 깔려있고 등등) 집구석에 조용하게 있었다. 


이런 와중에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게나 고동이나 즉 누구나 새로 나오는 운영체제인 윈도우 8의 베타테스터가 되게 해줬고, 무료로 윈도우 8 개발자 버젼을 나눠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사용자들이 '열라 빠르다'라는 식의 글들을 올렸으므로 집 한 구석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던 넷북을 꺼내서 윈도우 8을 깔았다. 결론은


나름.... 괜찮다. 속도도 XP에 비해 빠르고 오피스도 무리 없이 돌고, 어짜피 크롬을 웹브라우져로 사용하니까 별 문제 없이 돌아갔다. 

물론 개발자 버젼으로 정말 다양한 버그가 있었지만 그런 것은 리포팅을 해버리면 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할 일은 없었다. 

일은 역시나 회사 노트북이, 개인적인 일정, 연락처, 음악, 비디오 등등은 맥에어가 했으니까. 

게다가 맥에어에 비해 화면 작지, 화질 떨어지지, 더 무겁지 (이게 크다) 등등의 이유로 넷북이 만들어진 이동성이라는 장점이 완전히 뭍혀버렸다. 


이렇게 다시(?) 잊혀진 녀석을 오늘 꺼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왜 이런 마음이 들었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녀석에게 깔려져 있는 윈도우 8 때문이다. 


'아직도 개발자 버젼이 작동하나?'


하는 마음으로 부팅을 해보니까.... 된다....


물론 이미 윈도우 8이 출시되었으니까 이제 개발자 버젼은 사용하면 안된다. 

결국 이렇게 한 번 글을 쓰고, 다시 원래의 XP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이 된 것이다. 

과연 게으른 내가 언제나 이런 재포맷 작업을 할 것인가? -_-;;;


몇 년 전에 넷북 광풍이 불었던 시절에 '어짜피 이런 노트북은 오래 갈 수 없어'라고 글도 올리고 등등을 했던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넷북.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더라면 뭔가 더 많은 이야기들을 써낼 수 있지 않았을까?


공연히 사용하지 않은 기계에대한 미안함이 생긴다. 이래서 우울한 인연은 피하고 싶은 것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