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저는 쿠르드에 거주비자가 있습니다.
생각을 해보면 삶의 약 1/2 정도가 쿠르드이니까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뭐 거주 비자가 있다고 해서 두바이처럼 e-gate와 같은 '거주민을 위한 신속 출입국 서비스' 등은 전/혀/ 없습니다.
거주비자가 있어도, 혹은 비자 없이 입국해서 공항에서 비자를 받아도
입국시 절차나 시간에 조금도 차이가 없는 곳이 바로 쿠르드인 것이죠 -_-;;;;
게다가 한 번에 1년씩 밖에 주지를 않아서 한참 정신을 놓고 있으면 만료가 되기 쉽상입니다.
암튼 지난 달로 만료가 된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서 술리 사무소 직원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기억으로는 작년 같은 경우 여권사본과 비자 카드 (쿠르드 거주비자는 주민등록증 같이 생겼습니다) 만
직원에게 전해주면 알아서 새 카드를 발급받아서 줬었습니다.
그/러/나
"아, 미스터 킴. 그게 이젠 그렇지 않아요"
"뭐가?"
"그러니까 우리나라 정부가 뭔가 새로운 절차들을 잔뜩 만들어서....."
"그래서 나 어떻해야되?"
"일단 오셔서 혈액검사 하시고, 그 다음 날 아사이시 (쿠르드 정보부) 인터뷰를 하셔야 해염"
"뭔 말이야? 지난 번에 혈액검사 할 때 그 넘이 only once in a life time (인생에 한 번만) 하면 된다고 했단말이야!!"
"아아- 뭔가 법이 바뀌어서...."
"글고 아시이쉬 인터뷰는 또 왜? 지난 5년간 나쁜 짓 한 번 안하고 잘 살고 있는데. 게다가 신규 발급도 아니고 연장인데?"
"아아 그게 정보부쪽에서 외국인들을 관리하겠다고...."
결국 쿠르드 친구들의 새로운 법규로 인해서 거주비자를 발급받은 술레마니아로 3시간을 달려 내려갔다죠.
역시나 술리는 자유의 도시답게 "라마단이 뭠미?" 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르빌도 버젓이 해도 아직 있는데 가든에서 맥주를 마시기는 합니다만 술리는 더 자유도(?)가 높네요.
맥주를 한 잔 하고 일단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무실을 갔더니 담당직원 녀석이
"아아, 그게 지금 차량이 없어서.... 수배중인데.... 언제 올지는.....인샬라"
합니다.
이제는 득도의 심정으로 멍-하고 있는데. 인샬라. 인샬라.
"차가 수배됬어요. 가시죠"
하길래 쿠르드의 Residence Office로 갔습니다.
Residence office는 그 동안 나름 이것저것 개선이 되어서 규모도 훨씬 커지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칸막이도 만들고 (이전에는 자유롭게 새치기와 밀어부치기가 되었죠) 등등의 발전이 보이더군요.
우리는 땡볕에서 엄청 긴 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싹싹 헤치면서 (미안하거나 부끄러워 하지마. 그럼 지는 거야 -_-;;;)
경비원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면서 몸 수색도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동안 사 먹인 양고기의 힘이라고나 할까요 -_-;;;
안에서 서류를 제출하고 다시 안쪽에 주우욱 서있는 사람들을 싹싹 다시 제치면서 (미안하거나 부끄러워 하지마. 그럼 지는 거야 -_-;;)
혈액 샘플을 채취하는 방으로 가서 다시 순서를 무시하고 피를 뽑았습니다.
혈액 채취하는 곳도 나름 발전을 해서 1회용 주사기를 눈 앞에서 개봉해서 (흑흑- 이전에는 이미 개봉되어 있는 녀석을 찔렀죠) 피를 뽑더군요.
역시나 이 언니도 무자피하게 주사기로 흡혈(?)을 하는 신공을 보여주십니다.
아아- 혈관 다 터졌습니다.
피를 뽑고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에궁 그래도 빨리 끝나서 다행이죠.
차를 한 잔 하고 있는데 현지 직원이 방으로 들어옵니다.
"왜?"
"내일 아시이시 인터뷰용 서류 만들어야 되여"
뭐랄까 일종의 앙케이트 레벨의 질문들이 이후 10여분간 쏟아졌습니다.
내 신상은 물론 동생, 어머니, 삼촌, 외삼촌들까지 물어대더군요.
여기에 종교, 월급, 음주 및 흡연여부도 물어보네요.
이 나라 프라이버시는 없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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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네 오늘이죠, 아침 일찍 동네 아시이시 사무실로 갔습니다.
쿠르드가 안전한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정보부인 아사이시가 별도의 독립 병력으로 온 쿠루드에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일단 아사이시 가기 전에 일종에 통반장님께 먼저 확인 도장을 받았습니다.
예전에 이사할 때 울 나라도 이랬었던 것 같은데.... 으음.
우리 동네 아사이시 건물은 아마도 보안 유지 때문인지 특별한 건물이 아니라 일반 가정집 2층이었습니다.
물론 저 처럼 인터뷰하려고 모여든 외국인들과 그들의 차, 그리고 정문에 군복입은 경비원들로 인해
'결코 이 집이 보통 가정집은 아니다'
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만서도요.
30분정도 냄새나는 대기실에서 (에어컨도 없죠. 선풍기는 단지 냄새를 멀리 퍼뜨리는 역할을 할 뿐) 기다렸다가 방으로 들어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는 당연히 아사이시 친구는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 관계로
같이 간 쿠르드 직원과 아사이시 사이에서 이루어졌고, 당사자인 저는 그저 눈만 껌뻑이고 있었죠.
인터뷰가 끝나고 사진을 가져갔음에도 사진 한 장을 찍고 (아, 스타일이 영 아닌데) 나왔습니다.
도무지 왜 여기까지 와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미스터 킴 언제까지 계시나요?"
"다음 주"
"제가 최선을 다해서 비자를 받아보겠씀다"
라고 현지 직원녀석이 말한다.
아아- 아무런 신분의 변화가 없는 연장인데 신규 발급과 거의 같은 시간과 노력이 든단다.
언제나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