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두바이 이야기

우울하게 보낸 삼일절

mmgoon 2013. 3. 2. 19:45




메일을 정리하다가 보니 벌써 점심을 먹을 시간이군요.

점심에 뭐 해먹을까 궁리하다보니 어제 삼일절 생각이 나는군요.


뭐 외국에 살면서 주요 명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데 삼일절이야, 국기를 달 수도 없고 등등, 별 생각없이 지냅니다.

그런 이유로 2월28일 별 일 없이 취침을 했다죠.

한참 자고 있는데 입속이 이상하더군요. 코도 막히고 해서 일어났더니 코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그걸 모르고 계속 자고 있었더니 피가 콧속과 입에 가득했습니다. -_-;;; 

아, 이런 무신경.


거실로 나와서 켁켁거리고 휴지로 코를 막고 머리를 뒤로 넘기고 겨우겨우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 머리를 뒤로 넘기지 마라

- 휴지를 사용하지 마라


라는 글이 보이더군요.


아아-

하는 마음으로 다시 구급상자를 뒤졌습니다.

영어로 쓰여있는 회사에서 나눠준 구급상자를 겨우겨우 읽으니, 

이 구급 상자를 이용해서, 화상, 찰과상, 자상 심지어 자동차 사고시에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솜은 없더군요 -_-*


뭐 겨우겨우 휴지를 이용해서 막아봤는데, 진정 많이 나오더군요. 흑흑- 

정말 몇년만에 처음으로 코피를 줄줄 쏟으면서 겨우겨우 달래고 있자니 심심하길래 티비를 켰습니다.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같은 대한독립 만세-----"


진정 수십년만에 삼일절 노래를 들었습니다.

코피가 멎기를 기다리면서 삼일절 기념식 생중계를 KBS World를 통해 봤다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피흘리신 조상님들을 생각하면 이까짓 코피쯤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삼월일일 새벽에 두바이 한 아파트에서 난닝구 바람의 남자가 앉아서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자니 우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별 일은 없고 한 시간 후에는 대충 피가 멈추고 다시 잠을 청했다죠.

뭐 그런식으로 간만에 기억나는 삼일절을 보냈다는 얘기.



p.s. 그나저나 오늘 새벽에도 다시 코피가 났었다죠. 

그렇지만 이번에는 익숙하게 구입한 솜을 이용해서 정리하고 바로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 뭐 이비인후과에라도 가봐야 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