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쿠르드 이야기

인류가 화폐를 발명한 이유

mmgoon 2009. 5. 29. 19:18




누군가 내게 '왜 이라크에 있나고?' 물어본다면 

뭐 이런저런 공식적이 이유를 댈 수 도 있겠지만 

(조국의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라든가 어려서부터의 꿈 (그럴리가) 혹은 남자라면 세계를 품에 등등) 

솔직히 돈 벌려고 이 덥고 지뢰도 있고 나름 총과 자살폭탄의 위험이 있는 곳에서 빈둥대고 있다가 뭐 더 실질적인 정답인 것이다.


울 아부지가 엄청난 부자이거나 내가 수염이라도 기르고 더러운 몸을 하고는 득도라도 하지 않으면 

현대를 지배하는 이 돈이란 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덕분에 돈이라는 존재는 그리 아름답게 미화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인데 그저께 소위 인류가 왜 화폐를 발명했는가에 대한 경험을 했다. 

그러니까 실화로서 몸소 어떤 중요한 이유를 체험한 것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곳 쿠르드에서 소주의 존재가치를 이야기하고프다.

소주를 쿠르드에서 마시기 위해서는 세 가지 루트가 있다.


첫번째는 한국 이마트 등등에서 플라스틱이나 종이 용기에 담겨있는 소주를 구입해서 비엔나나 두바이를 통관해서 아르빌 공항으로 반입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세관에서 이거저거 물거볼 가능성과 소주 자체의 무게로 인해 가져오는 물랴의 한계에 부딧히게 된다.


두번째는 자이툰부대에 공급하는 군납 소주가 있다. 

이 소주는 쿠웨이트에 있는 보급기지를 통해 군용항공기로 아르빌 공항으로 직접 날아온다. 

문제는 이걸 맛이라도 보려면 부대장님의 사인과 이 사인에 필요한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이툰 부대는 이미 철수를 했고, 나는 두바이에 살기 때문에 이 두가지 모두 불가능하다.


결국 유일하게 소주를 공급받는 방법은 이라크로 출장오는 본사 애덜을 조져서 (실제로는 비굴하게 부탁을 한다는 -_-;;;) 들고오는 방법이다. 

뭐 두바이에도 살수 있는 곳이 있다고 들었지만 난 정작 두바이에 거의 머물지 않기 때문에 지난 달에 와서야 한국수퍼 위치도 겨우 알았다. 

흑흑-


암튼, 이렇게 겨우겨우 어렵게 모아둔 소주가 지금 아르빌에 3개 있다. 아니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그저께 일인데, 울회사 건설쪽 단장님이 공항가시기 전에 점심 드신다고 잠까 숙소에 오셨다.

미리 언질을 받지 못한 나는 점심을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어? 단장님 안녕하세요?"

"아아, 자네. 계속 점심을 먹게"

"넹"


잽싸게 점심을 먹고 나가려는데, 건설팀 식사가 시작되고 있다.


"저 단장님 뭐 필요하신 것은?" 


당시 단장님은 느끼한 중국음식을 드시고 계셨던 바


"저기 소주 같은거 없니? 반주하게"


하셔서 눈물을 머금고 소주를 내드렸다. 그러자


"자자, 라면하고 북어포 사왔으니까 물물교환이지" 


하신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지만 라면과 북어포는 소주와 교환가치가 다르다. 

일단 두가지 무게가 덜나가고 비알콜류라서 통관도 쉽고 두바이 한국수퍼에 쌓여있다.


왠지 아시운 거래를 마치고 라면과 북어포를 찬장에 정리해 넣어두면서 인류가 왜 화폐를 발명했다를 느꼇다. 

아아- 물물교환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