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쿠르드 이야기

슐레마니아 이야기 - Vian the Geologist

mmgoon 2009. 3. 21. 17:20

oil seepage 시료 채취중인 비안





오늘도 힘든 하루가 지나고, 야외지질조사 현장에서 슐레마니아로 지프가 떠난다. 

덜컹거리면서 힘들게 지프는 산길을 내려오고 옆자리에는 이번에 새로 선발한 울 회사 슐레마니아 사무소의 geologist인 비안 아줌마가 앉아있다.


“자자, 이거 좀 드세여”

“이게 뭐야?”

“스폰지 케이크져”


거의 정신없이 흔들리는 차안에서 울 비안 아줌마는 굴하지 않고 스폰지 케이크를 칼로 석석 썰어서 먹으라고 준다. 

덕분에 입속에는 달콤함이 가득하다.


처음 비안 아줌마의 이력서를 봤을 때 ‘뭐야 이건. 안돼겠는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일단 나이가 많고, 이슬람국가에서 결혼한 여자이고, 무엇보다 지질학과를 졸업한 다음에 한 번도 전공관련 일을 해 본적이 없었다.

결국 인터뷰 리스트에서 제외를 시키고 카완녀석에게 인터뷰 명단을 보냈더니


“미스터킴. 왜 비안은 안보세요?”

“그게 뭐 너무 이쪽에 경력도 없고, 게다가 지금 부장급인데 Jr. geologist 자리에 오겠어?”

“아니에요. 그녀는 지금 정말로 이 자리에 오고 싶어하고요 무엇보다 엄청 똑똑해요”

“아아.. 그렇다면 인터뷰 정도는 보자고”


결국 카완의 절대 추천으로 인터뷰를 봤다. 기억나는 것은 똑똑한 이미지와 열정. 그래서 뽑았다. 뭐 처음부터 가리키려면 애 좀 쓰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왜 좋은 직장 그만두고 여기에 지원했나요?”

“제가 대학을 졸업했을 때는 지질학으로 직업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대학원에 지원하려고 해도 슐레마니아 대학에는 대학원이 없었고, 

바그다드에서는 쿠르드의 학위를 인정해주지 않았죠. 제 소원은 제 명함에 geologist 라는 타이틀을 한 번 다는 거에요.”


결국 이렇게 해서 울 회사에 온 비안아줌마의 첫 업무는 나와 함께 야외지질조사를 나가는 것이었다.


“비안 알았지? 튼튼한 신발하고 따뜻한 옷하고 가져와야해”

“알았어염”


했지만 의례 초짜 geologist들이 그렇듯이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택도 안되는 신발과 바람막이가 되지 않는 옷을 입고 왔다.

지질학과의 전통대로 이런 경우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고 몸으로 경험을 시킨다.

예상대로 출발할 때는 햇볕이 나던 날씨가 산에 올라가자 강풍과 함께 약간의 비도 뿌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로 첫날이 지나고 나자 정말로 ‘춥고 배고팠던’ 비안 아줌마는 완벽한 등산화를 구입했고, 윈드 브레이커도 제대로 된 녀석을 구입했다.

게다가 딸기, 고기빵, 껌, 과자류 등등을 한가득 꾸려서 배낭에 넣어가지고 온다.


뭐뭐 그녀만 좋다면야.

덕분에 나는 이거저거 신나게 간식도 얻어먹는다.


비안 아줌마가 행복할지 않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는 이제 geologist다 누가 뭐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