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6

휴대용 애완

머리 위에는 원래는 에어컨이었으나 그 기능을 포기한 선풍기가 윙윙 소리를 내면서 돌고 있고, 주말을 기다리는 아르빌의 사무실은 고요한 시간만이 흐르고 있다. 아침에 사무실에 와서 이런 저런 이메일들을 정리하고 또 몇개는 답장을 또 몇몇 이메일들을 보내고 아침에 타온 커피를 홀짝인다.왠지 이대로 아무일도 없을 것만 같은 공간안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만약 이럴적에 고양이 한 마리라도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계속적인 관계를 만들어낸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이라크에 근무하면 문득문득 혼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설사 옆방에 사람이 있다고 해도 뭐 일하는 내내 나는 혼자이고, 특성상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그러다가 오늘처럼 진정 아무도 없는 상황이 시작되면 굳이 인간사이의 관계가 아..

애로 및 건의사항

“자자,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고, 뭐 애로 및 건의 사항은?”“고양이 한 마리 사줘”“엉? 고양이?”“쥐들이 그것도 준 고양이 급 쥐들이 다니고 있어” “그게 쥐라면 이미 쥐 덫도 놨고... ...”“됐거든. 그 동안 뭐 잡은 것도 없고만. 암튼 고양이 한 마리 사줘” “하아- 그래도 시추현장에 고양이는 좀”“뭔 소리야? 지난 번 시추현장에도 있었는데”“그건 야생 고양이지!!”“야생 고양이가 없으면 집 고양이라도 있어야 쥐를 잡지” “안돼. 누가 돌보고 누가 밥 먹일거야”“이거 왜이래. 지난 번 야생 고양이도 우리가 다 먹이고 돌봤어. 안그러면 그런 황무지 한 가운데서 고양이가 어떻게 살아. 다 내 참치 먹여서 키운거야. 설사 집 고양이 5마리를 준대도 다 기를 수 있어”“5마리 생기면 한 마리..

이스탄불의 고양이들

(블루 모스크에서 만난 녀석) 이번 여행에서 정말로 많은 고양이들을 만났다. 이스탄불의 길고양이들은 전체적으로 통통했으며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모모양의 주장에 의하면 이러한 통통함이 길고양이들이 사람들이 먹던 음식을 줏어먹어 너무 많은 나트륨에 의한 불행이라고 했지만, 아침에 길을 나서다가 보면 누군가 집 앞에 마치 '내 고양이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하는 식으로 툭툭 고양이 사료를 놔두고 (그릇에 담긴 것이 아니라 문 밖에 그냥 뿌려두는 식이었다) 녀석들은 당연한 듯이 그걸 먹고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녀석들이 통통한 이유는 다른데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녀석들은 좀처럼 싸우지 않았다. 딱 한 번 두 녀석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을 봤지만 대부분은 서로서로 무시하거나 어울리거나 하면서 잘 지내는 편이었다..

여행 이야기 2011.04.11

사막에 가다 (3)

저녁은 6시부터라고 하는데 아직도 한시간 반이나 남았다. 뭐하나... 사막에 있으니까 얼마 있으면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소장님께 보고 전화를 드렸다. 솔직히 이런 일 잘 안하는데,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난번부터 "그래, 예멘도 살만하지? 우리 함 같이 일해볼까나?" 라고 하는 말에 "아녀, 시러염" 이라고 매몰차게 말을 해댔기 때문에 미안해서 한 번 걸어줬다. 학교 선배라고 있는 인간이 후배를 지옥으로 인도하려 하다니.... 살레 아저씨가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해서 식당엘 갔다. 아앗! 식당 앞에는 약 20여마리의 고양이 떼가 있었다. 게다가 이 넘들.... 마치 개들처럼 떼지어 다니면서 밥을 먹고 나오는 사람들을 졸졸 따라가면서 뭔가 먹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

고양이들과의 관계 개선 - 오징어군이 활약

고양이라는 물건이 솔직히 그리 쉽게 친해지는 것들이 아니다.앞서 말했다 시피 울 회사에도 몇마리 고양이들이 있고, 녀석들은 항상 나와 거리를 둔다.늘 쳐다보면서 '언젠가는 관계 개선을 해야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고양이과의 특성상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어느 날 방에서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다가 안주거리인 오징어군을 쳐다보고는 몇가닥 챙겨서 다음 날 아침 회사로 왔다.역시나 우리 회사 소속 (아마도) 고양이 녀석은 냥냥거리면서 리셉셔니스트인 모나한테 비비거리다가 날 보더니 '흥- 저 넘이군' 하는 식의 눈초리를 보낸다. 커피를 한 잔 하고 마당으로 나가보니 그 녀석이 '뭐야?' 하는 눈으로 날 본다. 이 상황에서 쓰다듬으려고 하면 휙- 하고 도망을 간다.그 대신 주머니 속에 오직어 포 몇가닥을 ..

예멘의 고양이들

예멘에는 고양이들이 많다.이건 의외인데 중동에 화면들을 TV에서 그리 많이 보면서도 개들은 본 것 같은데 고양이들은 도무지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암튼 결론은 예멘 사나에는 고양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크게 두 종류로 하얀 녀석과 검은 녀석들인데 우리나라에 많이 보이는 갈색의 줄무니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검은 녀석들은 쇼트헤어고 하얀 녀석들은 약간 긴 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침이나 저녁무렵이면 사무실에서 야옹야옹 거리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우리 사무실에도 하얀 녀석들이 몇 마리 인가 있다.지금도 한 마리가 야옹거리면서 울 회사 리셉션인 모나한테 다가가서 비비적 거린다. 몇번인가 사무실 마당에 나가서 녀석들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를 했는데 (울 회사 사무실은 빌딩이 아니라 주택을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