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지질학/석유와 천연가스

전래동화(?) 하나 소개

mmgoon 2012. 7. 25. 14:18



주상 전하가 물으신다.


"그래 그 동안 고생이 많았겠지?"


천하를 덮을 것만 같은 자애로운 음성이 그 동안에 고초를 다 메우고 왠지 마음의 저쪽 끝자락이 따뜻해져 옴을 느낀다.

무릇 하고픈 말과 밝히고 싶은 일들은 많으나 지금 이 상황에 주상 앞에서 그 모든 일들이 무슨 의미를 가진단 말인가.

고생이야 내 고생이었고, 문제들이야 내가 풀어내면 될 것을.

이 세상의 모든 고초를 지고 번민하는 천하 주상앞에서 작은 신하 하나가 또 거기에 무슨 돌을 얹는단 말인가.


"아니옵니다. 모두 주상의 은혜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이렇게 주상 앞에 나오게되었습니다"

"경의 수고를 내가 아노니"


자애로운 눈빛을 한 번 더 보내신다. 

제대로 일을 수행치 못한 죄인의 마음이 다시 한 번 옥죄어 온다.

이렇게 말씀을 마치시고 홀연히 방을 나서시는 주상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시추현장에서 일일보고서를 쓰는 마음을 담고있는 전래동화(?) 랍니다.

네네 그렇죠 보고서만 읽으시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합니다.

가끔 본사에서 광구 한 10개 관리하니까 모두 알고 있고 현장넘들은 다 바보야 라고 하시는 분들이 문득 생각나면서 이 동화가 떠올랐습니다.





p.s. 아, 이와는 반대로 위쪽에서 "현장에 가봐야대!!! 현장에 사람이 있어야!!!!" 하고 너무 강조를 심하게 하시면 100% 그 분 현장 근무경험 부족이거나 (일종에 컴플렉스) 혹은 Geophysicist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