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한 주의 시작을 위해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회사로 출발하려는데 역시나 창문에 어김없이 발자국이 터터덕 하고 찍혀있다.
이 사실로 미루어 보아 우리 집 지하 주차장에는 고양이가 살고 있다.
도대체 한 번도 보지 못하고 그 울음소리 조차 듣지 못했지만 녀석은 분명히 존재하며 꼭 일요일 아침 그러니까 매 주 첫 출근 날 아침마다 내 차 앞 유리에다 발자국을 타다닥 하고 찍어 놓는다.
으음- 이번주도 역시...
하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와이퍼로 몇번 세척을 시도했으나 100% 닦여지지 않는다.
녀석 도데체 발바닥에 무슨 흙을 묻히고 다니는 것인지.
차를 몰고 회사로 와서 지하 주차장을 들어가려는데, 주차장 앞에서 세차하는 아저씨가 빙긋 웃으면서 손을 든다.
아무래도 차도 닦아야 하고 무엇보다 유리창에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그래서 더 운전에 혼란을 주는 고양이 발자국도 지워야 하기에 아저씨에게 20디람을 주고 청소를 부탁했다.
뭐 한 주는 늘 이런 식으로 하는 군..... 이라고 지나가려는데 문득 든 생각.
1. 어째서 그 넘의 고양이는 매 주 일요일 아침에 발자국을 만드는가?
2. 왜 매 주 일요일 아침에는 아저씨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흔드는가?
3. 어쩌자고 고양이 발자국 따위가 워셔액에 잘 지워지지 않는가?
4. 심지어 어떻게 주머니 속에는 월요일 마다 20디람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는가?
그러니까 아저씨하고 고양이 녀석 사이에는 모종의 협력관계 같은 게 있어서
고양이는 매주 토요일 밤과 일요일 새벽 사이에 자기가 잘 알고 있는 모처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흙을 발에 뭍여가지고 내 차의 전면 유리창에 타다닥 하고 발자국을 내고,
아저씨는 그윽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 차창에 묻은 발자국은 넌즈시 보면서 내게 손을 흔들고 20디람을 받고,
나중에 둘은 만나서 적정한 선에서 수익분배를 한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흐음-
아저씨는 고양이에게 무엇으로 수익을 나눠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