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짜피 사람이 살면서 다니는 곳들을 정해져 있기 때문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가 보면 ‘아 이 인간 또 여기엘 갔군’ 하는 식으로 누군가가 말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 곳 중에 하나인 제네바를 다녀왔다. 그러니까 이게 일 때문에 방문한 4번째의 제네바인 셈이다.
두바이에서 제네바까지 이동은 별 것 없었다.
아침에 공항에 가서 전 날 마신 술 때문에 빌빌대다가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취침을 시작해서 내릴 때 일어났다.
지난 번에 묵었던 호텔이 너무 저렴하고 당근 후졌던 관계로 (솔직히 호텔이라기 보다는 여인숙) 윗분을 모시고 가는 것을 고려해서 호텔을 뒤졌다.
‘어헉- 역시나 비싸다’
뭐랄까 제네바의 물가는 장난이 아닌데, 특히나 호텔의 경우 울 회사의 출장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거의 일주일을 뒤지고 또 뒤져서 그나마 출장비를 약간 오버하는 호텔을 선택했다.
이렇게 선택한 호텔은 제네바 기차역 근처에 있는 - 아니 근처라기 보다는 철길을 끼고 있어서 창 밖으로 기차 플랫폼이 보이는 - 꼬나뱅(Cornavin) 호첼이었다.
호텔 위치
깔끔하다라고 할까 아님 소박하다고나 할까한 인테리어
면도하게 좋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원래 오래된 호텔인데 리노베이션을 잘 해서 수 많은 기차가 왔다갔다 하는 데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깨끗했다.
약간 금전적으로 무리했는데 나름 만족스러운 위치와 시설이었다.
이렇게 창 밖으로 기차가 보입니다.
그러니까 싼 방을 얻으면 별로 풍경은 좋지 못한 것이죠.
호텔 안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기계식으로 움직이는 시계가 있는데, 뭐랄까…. 잘 안보이는 맹점이 있다.
거대한 시계추. 처음엔 이게 뭔가 했습니다.
위를 올려다 보면 저 위에 시계가 있습니다. 8층에 있는 것이죠.
암튼 체크인을 하고, 잠시 이메일들을 체크한 다음 본사에서 온 인원들과 함께 이태리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은 이태리 식당입니다.
첫날은 전 날 음주로 인해 얌전히 살기로 했기 때문에 바로 호텔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둘째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회의하고 보고서 써서 보냈다’
로 종합할 수 있다.
다행히 저녁 때 보고서를 보낸 다음 늦은 저녁을 태국식당에서 (열라 비싸다)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다행이고.
저멀리 보이는 알프스.
제네바에는 의외로 태국식당과 일본식당이 많다.
세째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해가 반짝한다.
이게 뭐랄까 제네바를 여러번 왔는데 이런 식으로 해가 반짝한 것이 처음인듯 싶다.
대충 가방을 싸두고 카메라를 들고 산책에 나섰다.
워낙 오랜 도시를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라하는 관계로 밝은 아침 햇살과 시원한 공기가 기분을 좋게한다.
칼벵이 섬겼던 상 삐에르 교회
산책을 마치고 수퍼마켓에 들려서 쵸컬릿과 두바이에서는 팔지 않는 돌체구스토용 캡슐들을 구입했다.
누구는 스위스에 왔으니 기념으로 시계를 사겠지만 비싼 시계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뭐… 커피 캡슐들이 더 소중하다.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타고 공항에 왔다.
에미레이트 골드 멤버의 힘을 다시 이용해서 라운지에 왔더니 뭐랄까 열라 조촐하다. 그냥 의자 몇개에 음료수가 있는 정도다.
어짜피 제네바 공항은 무료 무선인터넷이 있으니 이것도 큰 장점이 아니니까 이 라운지의 가장 좋은 점은 앞쪽으로 알프스가 보인다는 것인가 보다.
라운지에는 놀랍게도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뭐 다시 6시간 30분을 날아서 두바이로 돌아왔다.
후끈한 두바이가 반겨준다. 이렇게 이번 출장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