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사진은 내가 찍은 것은 아니지만 런던에 실제로 여우들이 거주한다는 증거의 의미로...
이번에 다녀온 런던은 뭐랄까 아주 모노토너스 한 그런 것이었다.
하기사 1월에 런던이 그리 익사이팅 할 이유는 많이 없지만
이번에는 일정이라든지 같이 간 사람들이라든지 모두 그리 큰 변수를 지니지 않았던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예의 약간 늦게 런던 히스로 공항 3터미널에 내리고,
지난 번에도 묵었던 호텔에 투숙하여 3일동안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계속되는 발표를 듣고,
아침은 호텔에서, 점심은 발표장에서 샌드위치, 저녁은 호텔로 돌아오면서 먹는 생활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발표내용 이외에 거의 기억나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강요해서 (머리에 총을 댄다든지 해서) 뭔가 이번 여행에서 기억나는 장면을 묻는다면....
여우를 한 마리 봤다는 것이다.
'뭐야?'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말이다 내가 여우를 만난 곳은
런던의 한 복판 피카딜리로 향하는 A4 도로상에서 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침에 택시를 타고 호텔에서 발표장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택시가 급정거를 했다.
뭐 그리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차가 아니었기 때문에 (런던 출근시간이 차량의 속도란) 놀라서 창 밖을 보니까
왠 여우 녀석이 미친듯이 도로를 역주행 그것도 한 가운데로 하고 있었다.
녀석은 우리 택시를 휙 하고 지나서 계속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뭔가 녀석에게는 일일히 사람들에게 설명과 양해를 구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분명할 정도의 일이 있었던 듯 싶다.
덕분에 이번 여행은 완전히 잊혀지는 여행에서 한 발작 정도 물러나게 되었지만
아직도 녀석이 그 아침에 그런식으로 질주를 한 이유는 도무지 생각해내지 못하겠다.